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27일 인사청문회에서 단국대 편입 학력 위조와 군 복무 중 대학 수학 관련 특혜 의혹, 불법 정치자금 수수, 김대중 정부 시절 북송 자금 관련 문제가 집중 추궁됐다. 박 후보자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지만 해명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미래통합당의 단국대 학적 제출 요구를 성적 공개를 이유로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50년도 더 지난 일을 끄집어내 문제 삼는 게 타당하냐고 할 수 있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의 도덕성을 묻는 데 시효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자금 문제도 친구와 거래라며 둘러대는 건 어불성설이다. "적과 내통" 주장은 과하다 하더라도 30억달러 대북송금 협약서에 대한 해명도 충분하지 않다. 반론 펴는 박 후보자의 태도도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지적이 국정원장 직무 수행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따져볼만하다. 박 후보자의 경우 김대중 정부 시절 비서실장 이력이나 남북 관계 개선의 주축이었던 점을 고려할 수 있다. 국정원은 몇 가지 중차대한 과제를 숙제로 안고 있다. 지난 정권의 잘못된 관행으로 법의 단죄까지 받은 국내 정치 개입 근절을 제도적으로 완성해야 한다. 국내 정보담당관 폐지,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등 내부 개혁을 진행해 왔지만 이를 위한 법제는 미완이다. 법 개정이 국정원 몫은 아니지만 정치인 출신의 새 국정원장이 이런 국민적 희망에 부응해야 한다는 기대가 없지 않다.
오랫동안 대북 소통 역할을 맡아 온 국정원이 남북 관계 개선에 일익을 담당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박 후보자 내정은 이를 위한 청와대 안보실, 통일부 개편과 맞물린 인사였다. 이날 임명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관계의 "대담한 변화"를 말했다. 관련된 박 후보자의 역할 또한 없지 않을 것이다. 도덕성 문제에 결점이 없지 않지만 국정원 개혁과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미래지향적인 시선으로 여야가 박 후보자 청문 결과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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