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베테랑' 이진숙 경위... 신뢰관계 형성이 관건
인천 연수구 초등생 살인 사건에서 프로파일러로 투입된 이진숙(49) 인천경찰청 경위는 15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경찰 범죄심리분석관 특채 1기로, 최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고유정 전 남편 살인사건 등 전국 단위의 굵직한 사건에 투입돼 사건 해결 실마리를 찾아 왔다.
8일 인천경찰청에서 만난 이 경위는 "피의자들이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제1 덕목"이라고 말했다. 제한된 수사 기간 탓에 시간에 쫓기지만, 그럴수록 피의자들이 차분히 내면을 드러낼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프로파일러는 피의자가 진실을 꺼내는 그 순간까지 신뢰를 형성할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한다. 이 경위는 "범인이 자기 가족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게한 뒤 살해한 2013년 인천 모자 살인사건을 담당할 때는 직접 범행 현장에 가 사건 당시를 구성하며 피의자 옆에서 잠을 자보기까지 했다"고 돌이켰다. 식사를 못하는 피의자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사다 준다든가, 연락이 끊긴 가족 대신 속옷을 챙겨주면서 신뢰를 형성한다. 그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피의자들의 내면을 파고드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몫이다.
그러나 모든 사건이 프로파일링 대상이 되진 않는다. 미제 사건이나 연쇄 범죄, 동기가 쉽게 밝혀지지 않는 사건 등이 주로 다뤄진다. 사건을 맡으면 가장 먼저 현장을 찾기도 하고, 수사관들이 준 조사 내용을 토대로 범인의 행동을 재구성한다. 피의자와는 기본적인 신원, 성장 과정, 관심사, 사건 당시 상황에 이르기까지 많은 내용들을 면담한다.
대중들 인식 속에는 프로파일러가 수사관과 별도로 움직이는 독립적 존재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수사관들과 깊게 협력하며 현장을 누빈다고 한다. 이 경위는 "최근엔 프로파일러들이 사건 초기부터 수사관들과 함께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많아졌다"며 "수사관들과 긴밀하게 논의하면서 용의자 후보군을 좁힌다든가, 피의자가 자백을 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주요 임무"라고 설명했다.
2005년 경찰에 입직한 이 경위가 15년 간 면담해 온 피의자 등은 300여명에 달한다. 이 경위를 포함한 프로파일러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도 하고, 때로는 프로파일러들이 직접 법정에서 증언에 나서기도 한다. 이 경위는 "프로파일링 보고서는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기능을 한다"며 "객관성이 담보돼야 하기에 큰 사건에는 여러 명의 프로파일러들이 투입된다"고 했다.
연쇄살인범이나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등을 오랫동안 마주하며 인간군상의 별별 면모들을 바로 눈앞에서 확인해야 하는 만큼, 프로파일러가 감당해야 할 심적 고충은 적지 않다고 한다. 이 경위는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주범인 김양은 내 아이들과 또래라 인간적으로는 안 됐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면서도 "그럴수록 피의자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데 집중하고, 사건과 사람을 분리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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