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에서 사용했던 서양식 도자기 400점을 만날 기회가 마련됐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개항 전후 조선왕실의 도자기 변화를 망라한'신(新)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프랑스·영국·독일·일본·중국 등에서 만들어진 서양식 도자기 등 약 310건(400점) 유물이 준비됐다.
특별전에는 조선과 프랑스 수교(1886년)를 기념해 당시 프랑스 대통령 사디 카르노가 고종에게 보낸 ‘살라미나 병’과 필리뷔트(Pillivuyt) 양식기 한 벌, ‘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등 그동안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근대 서양식 도자기 40여점도 처음 자태를 뽐낸다
도자기는 사용하는 시대와 사람에 따라 기능과 형식이 크게 달라지는 그릇으로, 당시 사회를 들여다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국내 최대 도자기 소장 기관인 고궁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5부 형태로 기획했다. 주요 전시품들은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백자 채색 살라미나(Salamis) 병은 프랑스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제작한 대형 장식용 병이다. 1888년 프랑스의 마리 프랑수아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수교예물로 추정된다.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의 1888년 8월 출고 기록을 보면 클로디옹 병 두 점과 함께 살라미나병 한 점이 한국의 왕에게 보내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병의 내부에는 녹색 마크 'S.78'와 붉은 마크 'DECORE A SEVRES' 'RF' '78'이 남아 있다. S는 세브르Sevres를, 78은 1878년에 제작되었음을 의미하며, RF는 프랑스 공화국(Republique Francaise)의 약자다.
1883년(고종 20년) 미국을 방문한 보빙사 일행은 밤거리를 환하게 밝힌 전등을 보고, 조선 내 전등 설비 도입을 제안했다. 1887년(고종 24) 경복궁 후원의 건청궁(乾淸宮)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전등이 불을 밝혔다. 궁궐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전기 시설이 갖춰지면서 밤까지 활동 시간이 연장돼 왕실의 생활양식이 변화했다. 왕실 전등에 쓰였던 유리 등갓들로 한껏 멋을 부렸다.
고궁박물관이 갖고 있는 수입 식기 중 만찬을 위해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 필리뷔트의 식기세트는 백자에 금색 선을 두르고 조선왕실을 상징하는 이화문(李花文)을 장식했다. 현재까지 모든 구성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코스별로 4~6인분의 음식을 한 번에 차려 놓고 각자 음식을 덜어 먹는 프랑스식 만찬을 위한 세트였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규슈 아리타의 고란샤에서 만든 장식 화병도 이채롭다. 중앙에 창을 낸 뒤 중국의 죽림칠현(竹林七賢)을 표현했다. 중앙의 문양 창을 용이 잡고있는 것처럼 독특하게 표현하였는데 이 용 역시 고란샤의 다른 항아리처럼 수묵화 풍으로 그렸다. 구름 속의 용은 일본에서 창호 등에 자주 사용되었던 주제며, 고란샤의 주요 도안 중 하나이다. 바닥에 청화로 그린 난과 후카가와가 제작했다는 '深川製'라는 글씨가 있는데 고란샤의 마크다.
중국 징더전 민간 가마에서 페라나칸을 겨냥해서 제작한 화병이다. 페라나칸은 싱가포르, 말레이반도 등지에 살던 중국 상인의 후손으로, 중국의 전통을 지키며 새로운 생활에 맞춘 도자기를 주문했다. 봉황과 모란, 옅은 녹색과 분홍색을 주조로 하는 색감은 페라나칸 자기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봉황과 같은 상상의 새를 시작으로 공작, 까치, 물총새 등 갖가지 새를 암수 한 쌍으로 표현하고 연꽃, 모란, 매화, 국화 등의 꽃을 화면 가득 배치했는데 이들은 자손의 번창을 상징한다.
고궁박물관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전시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29일부터 다음 갤러리(https://gallery.v.daum.net)에서 주요 유물에 대한 온라인 전시를 제공하고, 9월 1일부터는 박물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실의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해 홈페이지(www.gogung.go.kr)에 공개할 예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