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지만 막상 무슨 노래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 음악, 그 음악을 알려드립니다.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게도 질풍노도의 사춘기가 있었다. 음악가답게 펄펄 끓는 감정의 변화를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교향곡 25번'이다.
1773년 열일곱 살의 모차르트는 음악의 수도라던 오스트리아 빈으로 여행을 떠났다. 당시 빈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질풍노도(Sturm und Drang)'라는 새로운 사조가 유행하고 있었다. 이 유행의 핵심은 계몽주의에 대한 반항으로서 개인의 감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것이었다.
빈에서 최신 유행을 접한 모차르트는 그길로 교향곡 작곡에 착수했다. '감성 터지는' 음표를 하나하나 배열한 결과 G단조의 곡이 나왔다. 평소 낙천적인 모차르트가 단조를 택한 건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실제 모차르트 교향곡 가운데 조성이 단조로 된 곡은 25번과 40번뿐이다.
4개 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 25번에서 '갬성'의 진수는 1악장 도입부에서 드러난다. 날카로운 현악기 당김음(싱커페이션ㆍ셈여림 변형) 연주가 듣는 사람의 귀를 끌어당긴다. 구슬픈 오보에 소리와 함께 심오하고 비극적인 선율은 중독성이 짙다. 교향곡 25번은 영화 '아마데우스'(1984)의 오프닝에도 쓰였다.
영화뿐만 아니라 25번 1악장 도입부는 방송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널리 사랑받았다. 지루해질 무렵 시청자를 집중시키는 용도로 이만한 곡을 찾기 힘들다. 지난달 10일 방송된 웹예능 '구라철'도 그래서 이 곡을 썼다. 방송인 김구라가 지인으로부터 명품 속옷을 선물받은 사연을 들려주며 착용감을 두고 "야아아~ 이게?" 하고 깜짝 놀라며 호평을 쏟아 놓는 장면에서다. 팬티를 들고 진지하게 설명하는 김구라의 모습과 심오한 선율이 대비되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구라철'에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도 등장한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3악장이다. 김구라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로 마카다미아를 꼽았는데, 방송에서 '최애 간식'을 음미하는 동안 이 곡이 흘러나온다. 평범한 땅콩은 안 먹고 "고급진 걸 좋아하는" 김구라의 식성 때문에 마카다미아조차도 백화점에서 구매한, 알이 굵은 걸 고집한다. 간식치곤 몸값이 제법 나가는 탓에 김구라의 고급 취향을 강조하고자 클래식 음악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바흐가 1721년 작곡해 브란덴부르크 후작인 크리스티안 루드비히에게 바친 6개의 협주곡 모음은 당시 존재했던 대부분의 악기가 총동원됐을 정도로 다양한 선율을 담고 있다. 그중 협주곡 3번의 경우 관악기 없이 현악기와 하프시코드의 합주로 구성돼 있다. 2악장의 하프시코드의 카덴차(반주 없이 기교를 부리는 부분)를 듣고 있자면 바로크 시대의 고전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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