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근깨가 매력적인 19살 여성 '릴 미켈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남부 지역에서 태어난 라틴 아메리카계 여성으로 직업은 가수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곧 나올 새 음악에 대한 소식과 각종 패션 브랜드 화보, 유명인사들과 찍은 셀피로 가득하다. 가끔 노래하거나 춤추는 영상도 올라온다. 팔로워는 250만명.
릴 미켈라가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했지만 인간과 다를 바 없는 표정과 포즈에 지금도 그의 계정에는 "진짜 사람인가요?" "로봇이에요?"라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어떤 이들은 릴 미켈라를 보며 1990년대 유행했던 사이버 가수를 떠올릴 법하다. 국내에서도 1997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아담'이 음반과 광고 모델로 활동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말 한마디 하는 모습을 구현하는 데에만 개발자들이 일주일 내내 밤을 새워야 했을 정도로 부족한 기술 탓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간과 같은 자연스러운 표정과 몸동작을 구현해 낼 수 있는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업들이 가상의 존재를 마케팅에 본격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해외의 여러 브랜드들이 AI로 구현된 캐릭터를 모델로 쓰고 있다. 연예인, 유튜버, SNS 인플루언서 등 그간 광고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사람 모델'을 '가상 모델'이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최고의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는 릴 미켈라는 미국 AI 스타트업 브러드가 개발한 가상 인물이다. 그의 영향력은 프라다, 샤넬 등 고가 브랜드가 상품을 협찬할 정도다. 콧대 높은 명품들도 그를 찾는 이유는 살아있는 유명인 못지않게 미켈라가 걸치고 경험하는 것들이 폭발적인 광고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흰 수염의 하얀 정장 차림으로 잘 알려져 자기 회사 마스코트 노릇도 하고 있는 커넬 샌더스 KFC 창업자는 1980년 사망했지만 지난해 KFC가 '젊은 커넬 샌더스'를 구현해 냈다. 배에는 문신이 있고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가상의 샌더스는 회사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일상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KFC 메뉴를 소개한다. 일본 식품업체 산토리의 '산토리노무'처럼 생방송으로 시청자와 실시간 대화하는 '브이튜버'(가상 유튜버)도 있다.
패션잡화부터 외식업계까지 가상 인물에 주목하는 이유는 '모델 관리'의 위험성과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람을 모델로 쓰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거나 광고비에 따라 브랜드를 옮겨 다닐 수 있지만, AI 모델은 입력된 대로 행동하고 시공간 제약도 없다. 외국어 사용도 문제없어 다국적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다. 여기에 나이, 성격 등 정체성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호감도가 높은 방향으로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릴 미켈라의 경우 성 소수자, 흑인 등 사회적 약자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해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열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없진 않지만 아직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수준이거나 반짝 행사 용도에 그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마스코트 '두꺼비'에 엉뚱하면서 발랄한 정체성을 부여해 TV 광고 모델로 등장시키는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아직 기업 광고가 단기 효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 아이돌, 배우 등 검증된 유명인 위주로 마케팅 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두꺼비나 KFC 할아버지 등 유명한 마스코트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새로 구현하려면 긴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