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국정원장에 임명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지 3시간여 만이었다. 청와대는 미래통합당이 제기한 '30억 달러 대북송금 이면합의서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박 후보자의 임기는 29일 시작된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28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채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고 퇴장했지만, 민주당 의원들만으로 의결 정족수를 넘겼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의 이면합의서 의혹을 문제 삼았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7일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서명이 담긴 ‘이면합의서’를 공개하면서 박 후보자가 김대중정부 때인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30억 달러 규모의 대북 지원을 약속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 원내대표가 공개한 문건에는 △남측이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25억달러를 투자 및 경제협력 차관 형태로 제공하고 △‘인도주의 정신’으로 5억달러를 제공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박 후보자는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 수사 의뢰를 하겠다. 사실이라면 후보자를 사퇴하겠다”며 강력 부인했다.
통합당은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28일 YTN라디오 ‘출발 새 아침’에 나와 “전직 고위공무원 출신이 사무실에 (해당 문건을) 가지고 와서 ‘청문회 때 문제 삼아달라’고 했다”고 했다. 문건 출처가 믿을 만한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또 “시간이 지나면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정보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면합의서의 진위 조사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 문제에 대한 교육부의 감사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사실 여부도 모르는 문서”로 선을 긋고 곧바로 단독 채택을 강행했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문서의 진위는 조기에 밝혀지지도 않을 텐데, 후보자가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야당도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채택을 연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추후 ‘이면합의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를 묻는 질문에는 “전제로 답하는 것이 맞지 않지만,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퇴로 끝날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문서 출처 공개를 요구하면서 역공을 취했다. 그는 28일 입장문을 내 “이면합의서는 허위, 날조된 것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주 원내대표는 합의서 사본을 제보했다는 ‘전직 고위공무원'의 실명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의 주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성사시킨 대북 특사단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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