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민즈 예스' 룰 만든? 페미니스트들
‘예스는 예스를 뜻한다(Yes Means Yes)’. 하나 마나 한 이야기 같지만 실상은 늘 그렇지만은 않다. ‘노(No)’라고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스’로 받아들이는 일이 적지 않다. 성폭행 문제에 있어선 더 심하다.
미국 오하이오주 안티오크칼리지에서 캠퍼스 내 성폭력 사건의 판결 기준으로 처음 도입된 ‘예스 민즈 예스’ 룰은 ‘노’의 부재가 아닌 ‘예스’의 발화를 성적 동의의 기준으로 삼는 원칙이다. 거부 의사를 존중하는 ‘노 민즈 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인데, 성폭행 피해자에게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는지 따질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상대로부터 명시적 동의를 받았는지 따져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 책은 2000년대 미국의 성적 동의 담론을 주도하며 ‘예스 민즈 예스’ 룰 도입에 기여한 페미니스트들의 글 27편을 엮은 선집이다. 미디어의 성평등을 촉구하는 단체 ‘여성행동미디어’의 대표 재클린 프리드먼과 미국의 페미니즘 블로그 ‘페미니스팅닷컴’의 설립자 제시카 발렌티가 저자이자 편집자로 참여했다.
페미니즘 활동가, 교육자, 법조인 등 다양한 배경과 이력을 지닌 여성들은 물론, 유색인종, 성소수자, 성노동자, 비만 여성 등 그동안 크게 관심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동안 성폭행으로 정의되지 않았던 다양한 형태의 성폭행을 규정한 ‘유사 성폭행(Not-rape)’에 관한 논의로 오늘날 미투 운동에 이바지한 라토야 피터슨의 글, 미디어가 유색인종 여성에게 덧씌운 문화적 편견을 조명하는 킴벌리 스프링어와 삼히타 무코파디아이의 글이 눈에 띈다. 성소수자 대상 범죄를 은폐해 온 미국 사회의 혐오ㆍ성폭행 문화를 고발하는 글도 있고, 세 명의 성 노동자가 나눈 대담은 성 노동계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 주며 ‘창녀’ 낙인이 어떻게 모든 여성을 억압하는지 설명해 준다.
2008년 출간 이후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이 책은 성적 주도권이 주체적으로 '예스'와 '노'를 말하는 ‘당신’에게 있듯, 다양한 주제를 담은 글을 바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주체도 '당신'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엮은이들은 ‘여성이 원하는 대로 섹스를 즐기고 거기에서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세상’ ‘남성이 섹스 상대를 획득물이 아닌 협력자로 대하는 세상’을 그려 보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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