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측 서헌제 한국교회법학회장 인터뷰
편집자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지 한달이 지났다. 그 취지 자체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지만 동성애 이슈는 개신교계의 큰 반발에 부딪혀왔다. 개신교계 찬반 양 진영의 진짜 고민을 들어봤다.
"개신교는 '차별을 금지하자'는 주장에 반대하지 않아요. 성경은 버림받은 자를 대접하는 게 곧 주님을 대접하는 것이라 가르칩니다. 기독교는 그 어느 누구보다 사회적 약자를 품어왔습니다. 다만 포괄적 차별금지법, 법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겁니다."
서헌제(70) 한국교회법학회장은 29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 있는 대학교회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인터뷰에 앞서 몇 번이나 이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법학자 입장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서 회장은 "지금도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33개 개별법이 분야별로 촘촘히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다시 포괄 규제를 한다는 건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현행 법체계가 하나의 법이 아닌 개별법으로 차별을 규율하는 이유에 대해 서 회장은 "차별 종류마다 심각성을 달리하고, 국민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차별 요소를 하나씩 법제화해 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이제 모든 차별 사유를 동일한 잣대로 판단,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연 차별로 볼 수 있는 사안인지,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문제조차 뭉뚱그려 차별로 규정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성애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문제는 국민적 논의가 더 필요한 문제라고 봤다. 서 회장은 "차별이라는 것은 당사자의 주관에 근거할 수밖에 없어 합당한 '구별'과 '차별'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번에 여러 종류의 차별을 받는 경우 현행법 체계론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구제가 힘들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선 "물론 다양한 차별을 동시에 받는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극소수 상황을 가정해 법제화하는 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서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차별 받는 현실이 있다면, 기존의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을 개정해 보완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서 회장은 2014년 목사 안수를 받은 이래 대학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열고 있는 목회자이기도 하다. 목사로서 종교의 자유도 내세웠다. 차별금지법은 장애, 성정체성, 종교 등 23가지 차별금지 사유를 4개 영역(고용ㆍ재화 및 용역ㆍ교육ㆍ행정서비스)에 적용하기 때문에 교회 내에서 이뤄지는 설교 내용이 직접 규제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서 회장은 "교회도 5인 이상 상시 근로자가 있으면 사업장에 해당하는데, 만약 직원을 고용할 때 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를 거부하거나 직원 교육과정에서 타 종교의 문제점을 거론하면 차별이 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교회 담임목사도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교회가 설립한 학교나 단체의 직원 채용 때나 강의에서도 이런 일들은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온라인 예배가 크게 늘고 있는데, 법안만 놓고 보면 온라인 공간도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온라인을 활용한 설교 또한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서 회장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땐 제재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합리성을 판단하는 기준 역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교회가 동성애 때문에 법에 반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만이 아니다"라며 "종교를 표방한 사이비단체가 이 법을 악용할 소지도 있다"고 했다. 서 회장은 "종교라는 개념조차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종교의 자유로 인정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개신교 신자 절대 다수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법안 지지율이 80% 이상으로 나타난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 6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법의 맹점은 말하지 않고 단순히 '차별에 반대하느냐'고 물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서 회장은 "조만간 교회의 대표단체들이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서 회장은 이 논의를 놓고 교회가 이성적으로 접근하자고 당부했다. "최근 일부 극단적인 분들이 피켓들 들고 법안을 발의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난동을 부렸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요. 객관적인 분석과 자료를 근거로 (법안이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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