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임명한 법조인 출신 첫 감사원장 최재형
'월성1호기 폐지' 이견에… 여당 사퇴 압박까지
"판사 임용 후 30여년간 다양한 영역에서 법관으로서의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 온 법조인 최재형."
2017년 12월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재형 전 판사를 감사원장으로 지명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를 이렇게 치켜세웠습니다.
청와대는 최 원장이 사법연수원 시절 다리가 불편한 동료를 매일 업고 출퇴근시키고, 아들 둘을 입양해 키운 '미담'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자녀들과 함께 최근 5년 동안 13개 구호단체에 4,000만원 넘게 기부하는 등 평소 사회적 약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봉사 활동을 해왔다고도 전했죠. 그러면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면서 신뢰받는 정부를 실현해 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 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스스로 자신을 엄격히 관리해 오셨기 때문에 감사원장으로 아주 적격이다. 잘 부탁한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죠.
그로부터 3년 후인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29일 단독으로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최 원장을 불러놓고 "사퇴하라"고 압박했다는데요. 그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감사 지연되며 삐걱
정부ㆍ여당과 최 원장의 갈등의 중심엔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결정'이 있습니다. 월성 1호기는 당초 7,000억원을 들여 보수를 완료, 2022년에 설계 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수력원자력이 2018년 6월 이사회를 열어 '경제성이 없다'며 조기 폐쇄를 결정했어요. 이에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발맞추려고 관련 자료를 조작해 결론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했죠.
국회가 감사요구안을 제출하면서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감사에 들어갔는데요, 국회법에 따르면 5개월 안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하지만 거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뒤로 미루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역시 "왜 발표를 미루냐"며 불만을 쌓아갔어요.
이런 상황에서 최 원장은 올해 5월 관련 감사를 담당하던 국장을 교체한 뒤 공식 회의에서 “외부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고 밝혔고, 이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 관련 '외압'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습니다. 다만 최 원장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감사 과정에 사안이 복잡하고 시간이 촉박해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며 외압이나 정치권 눈치보기가 아니라는 점을 못박았죠.
"외압탓 아냐" 했지만… 文 지지율 발언에 논란 재점화
최 원장의 입장문으로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던 '탈원전 갈등'은 그가 4월 열린 감사위원회에서 문재인 정부를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제보를 근거로 "감사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등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국회 법사위를 열어 최 원장 발언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삼았습니다. 최 원장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언급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맥락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어요.
최 원장의 설명에도 범여권은 맹공에 나섰습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국정 철학과 맞지 않으면 사퇴하라. 나가서 정치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최 원장의 동서가 원자력연구소의 연구직을 맡고 있단 점을 언급하며 "친족 관련 사항을 감사할 수 없도록 하는 감사원법을 어긴 것이 아니냐"며 "탄핵에 이를 만한 것인지 국민이 판단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ㆍ여당, 檢 이어 감사원 때리기… 제2의 윤석열?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에 이어서 또 다른 사정기관인 감사원과도 대립각을 세우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논란의 월성1호기 최종 감사 결과는 다음달 초 나올 예정으로 알려졌는데요. 결과와 관계 없이 또 한 차례의 파장이 예고됩니다. 최 원장은 또 공석인 감사위원 자리에 지방법원장 출신 인사를 추천했다가 무산되면서 청와대와 '인사 갈등'까지 불거지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죠.
일부에서는 최 원장을 '제2의 윤석열'에 비유, 감사원 흔들기가 여권의 검찰 때리기와 닮아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석열과 똑같다. 임명할 때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더니, 감사 제대로 하면 문제 인사로 만들어 내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청와대에서 감사 결과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내줄 사람만 골라서 내려보내는 모양"이라며 "감사원도 검찰처럼 감사원장 패싱하고 아예 청와대에서 직접 지휘하든지"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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