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가 정보기술(IT) 업계 근무 방식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감염 위험성을 최대한 낮추면서도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를 찾아내기 위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손자회사 라인플러스는 내달 3일부터 연말까지 조직별 선택근무제를 실시하는 '트랜지션(Transition) 기간'을 가진다. 업무별·부서별로 다양한 형태의 근무 방식을 실험해보고, 그 중 가장 잘 맞는 형태를 찾는 게 목적이다.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어떤 부서는 매일 사무실로 출근해야 할 수도 있고, 어떤 업무 담당은 매일 재택근무를 할 수도, 한 달에 며칠만 출근을 할 수도 있다"며 "연말까지 실험을 진행한 뒤 내년에 다시 근무 방식을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인플러스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올해 2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전사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5월 말부터 두 달 동안은 주 2회 선택적 출근제를 유지해왔다. 새로운 근무 형태 시도에 심리적 장벽이 낮은 이유다. 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업무에 따라, 또 직원 개인 상황에 따라 각자 자신에게 맞는 근무 형태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회사가 함께 고민해준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 시간이 유연하고 장소의 영향을 덜 받는 만큼, IT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업무 형태 실험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에 비해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한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는 오는 9월 말까지 연구개발(R&D) 부서 임직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주 3일 재택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직원들은 매주 화·수·목요일은 출근을 하지 않고 재택에서 근무한다. LG유플러스 측은 "3월부터 한 달간 실시한 자율적 재택근무 당시, 설문조사에서 임직원의 90%가 만족도가 높다고 답했다"며 "임직원의 긍정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실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9월 말 이후에는 재택근무의 효과 및 개선점 등의 의견을 수렴해 다른 부서로 점차 적용 범위를 늘려갈 계획이다.
회사 사옥과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안해낸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직원들이 굳이 회사 건물로 출근하지 않더라도 각자 집 근처 10~20분 거리 거점 오피스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워크 2.0' 방안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현재 종로와 서대문, 분당과 판교 등 4곳에 마련돼 있는 거점 오피스를 향후 10곳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NHN에선 5월 말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1,300여명 직원들이 사무실 밖 편한 공간에서 일하는 '수요 오피스' 제도를 시행 중이다. NHN 관계자는 "인터넷만 연결된 공간이라면 어디서 근무하든지 상관 없다"며 "시범 운영 뒤 전사로 확대해 제도로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파격적이다. 구글은 재택근무 허용 기간을 내년 6월까지 늘리기로 결정한 가운데 아마존도 내년 1월까지 연장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3, 4월만 해도 급작스럽게 강제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다 보니 부작용도 생기고 적응이 어려운 면이 있었지만, 올해 하반기는 이 때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내 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쳐 새로운 근무 형태를 정착해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진다면 IT 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종도 새로운 근무형태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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