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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8월' 예고하는 韓日... 강제동원 기업 자산 4일부터 현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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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8월' 예고하는 韓日... 강제동원 기업 자산 4일부터 현금화

입력
2020.08.02 22: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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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모든 대응책 검토 중" 추가 보복 시사
광복절 경축사ㆍ지소미아 연장 여부도 영향
양국 정부 지지 하락에 '갈등' 활용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7초간 악수를 나눈 뒤 지나가고 있다. 오사카=AP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7초간 악수를 나눈 뒤 지나가고 있다. 오사카=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소강 국면이었던 한일관계가 ‘뜨거운 8월’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4일 0시를 기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소송과 관련한 서류들이 피고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공시송달된 것으로 간주돼 원고 측이 국내 압류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상정한 ‘마지노선’이라는 점에서 양국관계가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해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회사인 PNR 주식 19만4,794주를 압류했고, 이 중 8만1,075주(약 4억5,000만원)에 대한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법원이 현금화 명령을 내리더라도 실제 매각까지는 △채무자 심문 △심문서 송달 △최종 매각 명령 등의 절차가 필요해 연말까지 외교적 해결을 모색할 시간은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요미우리신문에 “연말까지는 교착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한일 정부가 2018년 10월 대법원 배상판결 이후 각각 ‘사법부 판단 존중’과 ‘국제법 위반’이란 상반된 주장만 반복하면서 구체적 협의에 나서지 않은 채 상대의 결자해지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파국이 예정된 가운데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많다.

일본 정부는 현금화를 막기 위해 추가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관방장관은 1일 요미우리TV에 출연해 한국 측의 현금화 움직임과 관련,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방향성은 확실하다”며 지난해 수출규제에 이은 추가 보복을 기정사실화했다.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을 대상으로 한 비자 발급 요건 강화나 주한일본대사 일시 소환 등이 거론된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송금 중단도 검토 중인 카드다.

그러나 공시송달 기한 만료 외에도 양국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8월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고, 이튿날은 광복절, 24일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장 기한이 만료되는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따라 한일관계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어 일본 측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일 갈등에 현안에 대한 양국 입장.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일 갈등에 현안에 대한 양국 입장. 그래픽=송정근 기자

지난달부터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가 재개됐고, 최근 한국 민간 식물원의 이른바 ‘아베 사죄상’ 설치를 두고 양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등 이미 예열은 마친 상태다. 더욱이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각각 부동산 정책, 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국내 정치에 대한 비판을 돌리기 위해 한일갈등을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오쿠조노 히데키(??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한일 양국 정부가 사실상 관계 개선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와 미중 대립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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