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동재 공모' 입증 막히자?
영장에 수사 본류 무관한 대화 포함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47)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ㆍ가입자 식별 모듈) 칩을 통해 증거인멸 혹은 말 맞추기 흔적을 살피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건의 몸통인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가 막히자 수사팀이 한 검사장과 이동재(35ㆍ구속) 전 채널A 기자 측 간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해 돌파구를 찾아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를 지휘하면서 증거인멸을 이유로 삼성 관계자들을 압박했던 국면전환용 카드와 유사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지난달 29일 한 검사장에게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유심칩을 공기계에 꽂아서 생성된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과거 자료를 본다'는 취지의 내용과 함께 '과거 자료'의 범위는 올해 2~7월로 적시됐다. 앞서 한 검사장이 압수한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포렌식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던 수사팀은 이번엔 돌려준 유심칩을 이용해 수사하겠다며 영장을 발부 받은 것이다. 유심칩을 공기계에 꽂으면 새 인증번호를 받아 메신저를 설치하고, 과거 대화내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진행과 무관한 6~7월 대화 내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된 기간은 올해 2월부터 4월 사이로, 검찰은 올 4월 28일 채널A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한 검사장 휴대폰을 압수했다가 유심칩을 돌려준 건 6월 16일이다. 때문에 검언유착 의혹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서라면 7월 대화 내역을 확인할 이유는 없다. 수사팀이 영장에 6~7월 대화 내용까지 보겠다고 적시한 이유는 이 전 기자와 '말 맞추기'한 정황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카카오톡 서버에 저장되는 대화내용은 3일치에 불과하고, 유심칩 압수수색 현장에서 정 부장검사가 휴대폰을 조작하는 한 검사장을 보자마자 증거인멸을 의심했다며 무리하게 몸을 던진 점 등도 수사팀의 압수수색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들이다. 사건 본안의 증거 확보보다는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하기 위한 압수수색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ㆍ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수사를 이어가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증거인멸이나 말맞추기 흔적이 나오면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단서로 삼아 채널A 기자 공소장에 적어두고 이후 수사를 이어가기 위한 동력으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사팀의 전략이 과거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국면전환용 카드'로 사용했던 수법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시절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등을 지휘하면서 본류 수사에 앞서 증거인멸 혐의로 핵심 피의자들을 구속시켰다. 하지만 검언유착 수사팀은 유심칩 압수수색으로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한 검사장과 육박전으로 '동물검찰'이라는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됐다.
검찰 수사팀은 5일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이 전 기자를 재판에 넘기면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를 공소장에 기재할지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포렌식을 진행한 이 전 기자의 노트북을 이날 재차 포렌식하는 등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