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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유심칩 압수한 檢, '증거인멸' 지푸라기 잡으려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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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유심칩 압수한 檢, '증거인멸' 지푸라기 잡으려 한 듯

입력
2020.08.05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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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동재 공모' 입증 막히자?
영장에 수사 본류 무관한 대화 포함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장인 정진웅(오른쪽) 부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의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였다. 당시 유심칩 압수수색을 두고는 '한 검사장의 증거인멸 정황을 보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장인 정진웅(오른쪽) 부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의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였다. 당시 유심칩 압수수색을 두고는 '한 검사장의 증거인멸 정황을 보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47)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ㆍ가입자 식별 모듈) 칩을 통해 증거인멸 혹은 말 맞추기 흔적을 살피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건의 몸통인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가 막히자 수사팀이 한 검사장과 이동재(35ㆍ구속) 전 채널A 기자 측 간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해 돌파구를 찾아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를 지휘하면서 증거인멸을 이유로 삼성 관계자들을 압박했던 국면전환용 카드와 유사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지난달 29일 한 검사장에게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유심칩을 공기계에 꽂아서 생성된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과거 자료를 본다'는 취지의 내용과 함께 '과거 자료'의 범위는 올해 2~7월로 적시됐다. 앞서 한 검사장이 압수한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포렌식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던 수사팀은 이번엔 돌려준 유심칩을 이용해 수사하겠다며 영장을 발부 받은 것이다. 유심칩을 공기계에 꽂으면 새 인증번호를 받아 메신저를 설치하고, 과거 대화내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진행과 무관한 6~7월 대화 내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된 기간은 올해 2월부터 4월 사이로, 검찰은 올 4월 28일 채널A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한 검사장 휴대폰을 압수했다가 유심칩을 돌려준 건 6월 16일이다. 때문에 검언유착 의혹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서라면 7월 대화 내역을 확인할 이유는 없다. 수사팀이 영장에 6~7월 대화 내용까지 보겠다고 적시한 이유는 이 전 기자와 '말 맞추기'한 정황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카카오톡 서버에 저장되는 대화내용은 3일치에 불과하고, 유심칩 압수수색 현장에서 정 부장검사가 휴대폰을 조작하는 한 검사장을 보자마자 증거인멸을 의심했다며 무리하게 몸을 던진 점 등도 수사팀의 압수수색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들이다. 사건 본안의 증거 확보보다는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하기 위한 압수수색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ㆍ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수사를 이어가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증거인멸이나 말맞추기 흔적이 나오면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단서로 삼아 채널A 기자 공소장에 적어두고 이후 수사를 이어가기 위한 동력으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사팀의 전략이 과거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국면전환용 카드'로 사용했던 수법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시절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등을 지휘하면서 본류 수사에 앞서 증거인멸 혐의로 핵심 피의자들을 구속시켰다. 하지만 검언유착 수사팀은 유심칩 압수수색으로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한 검사장과 육박전으로 '동물검찰'이라는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됐다.

검찰 수사팀은 5일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이 전 기자를 재판에 넘기면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를 공소장에 기재할지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포렌식을 진행한 이 전 기자의 노트북을 이날 재차 포렌식하는 등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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