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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처가, 민주화운동으론 뒤지지 않는 집안이라는데...

입력
2020.08.04 18:00
수정
2020.08.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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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형제 9명 중 4명이 민주화 운동에 투신
'큰처남 이영훈, 반일종족주의 저자' 알려지며 논란

김부겸 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여의도 캠프에서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부겸 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여의도 캠프에서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8ㆍ29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로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의 '처가(妻家)'를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나오면서 시끄럽습니다. 김 전 의원의 배우자인 이유미씨의 큰 오빠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때문인데요. 이 전 교수는 앞서 <반일 종족주의>의 대표 저자로 친일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죠.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의 아내가 이 전 교수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새삼 알려지면서 여권 지지자 중 일부에서는 비난이 들끓었는데요. 이씨는 4일 "저는 민주화 운동을 하던 집안에서 성장했다"며 김 전 의원과 자신의 집안 이력을 밝히면서까지 호소에 나섰습니다.

실제로 이씨는 이전에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친정 식구들도 학생운동에 관해선 뒤처질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특히 그의 셋째 오빠 이영재 목사는 김 전 의원과 고교 동창이자 민주화운동 동지 사이로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는데 '오작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이씨 본인은 대구에서 한국은행 직원으로 일했던 1979년 10월 셋째 오빠 이 목사의 소개로 서울대 정치학과 복학생이던 김 전 의원과 만났습니다.

당시 한신대 학생회장으로 3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이 목사뿐 아니라 이씨의 친정에서는 9명의 형제들 중 무려 4명이 민주화 운동에 몸 담았다는데요.

지금은 뉴라이트계의 대표 학자인 이 전 교수 역시 1970년대 서울대 경제학과 학부 재학 시절엔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등과 함께 박정희 정부에 맞서 교련 철폐 시위를 하다가 제적당하는 등 적극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했습니다. 손윗처남 이 전 교수는 김 전 의원이 여동생 이씨와 결혼할 당시만 해도 운동권에 몸 담고 있었지만 이후 안병직 교수를 사사(師事) 하면서 사상적 전향을 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영훈이 처남이라고?" 김부겸에 쏟아진 비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7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및 양태정 나눔의집 변호사 맞고소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7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및 양태정 나눔의집 변호사 맞고소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 전 교수가 언론에 부각될 때마다 김 전 의원은 답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저런 처남을 둔 김부겸을 지지하기 어렵다'고 불만스러워 했고요. 특히나 김 전 의원이 문재인 정권의 후반기를 책임 질 여당 당 대표에 도전한 상황인지라 지지자 일부는 더 예민해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연좌제 아니냐"며 반박하기도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대선 후보 당시 연설에 담겼던 "그러면 마누라(권양숙 여사)를 버리라는 말입니까"를 언급하며 김 전 의원을 향한 지나친 공격은 삼가자는 여론도 있죠.

게다가 이 전 교수나 이 목사 등 오빠들 뿐만 아니라 이씨의 남동생(그러니까 김 전의원에게는 손아래 처남) 둘도 민주화 운동에 나섰다 수감됐다고 합니다. 아내 이씨가 안타까워 하는 것도 큰 오빠만이 아닌 친정 가족들의 다양한 모습을 함께 봐줬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죠.

김 전 의원 측은 "(김 전 의원은) 이 전 교수와 교류가 거의 없다"며 "형제들이 다들 오래 전 결혼하고 일가를 이뤄 나간 상황이고, 한 사람은 정치인이고 다른 사람은 (다른 진영의) 교수인데 만나겠나"라고 전하기도 했어요. 또 다른 김 전 의원 측 인사는 "이 전 교수도 굳이 자신 때문에 김 전 의원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마주치는 것 조차 가급적 피하려 한다"며 "가족 행사 때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험난한 정치역정 함께한 '동지'이자 아내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아내 이유미씨의 1982년 설악산 신혼여행 당시의 모습(왼쪽 사진). 김 전 의원이 1980년 서울의 봄 시위를 주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 제공,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아내 이유미씨의 1982년 설악산 신혼여행 당시의 모습(왼쪽 사진). 김 전 의원이 1980년 서울의 봄 시위를 주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 제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씨는 이날 "부디 정치인 김부겸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여러분이 널리 이해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오직 남편이 하는 정치가 올바르다 믿고 뒷바라지해 왔다"고도 덧붙였죠.

정치권에서는 이씨를 두고 '그만큼 고생한 정치인의 아내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는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지려 서점을 시작으로 경양식집, 찻집, 도서관, 복사집 등 안해본 게 없다고 합니다. 서울대 앞 신림동에서 '백두서점'을 남편 대신 운영할 땐 좌경 용공서적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걸핏하면 관계 기관으로부터 압수 수색 및 연행을 당하기도 했죠. 이씨는 "둘째를 가져 만삭인 상태에서도 두 차례 연행됐다"고도 전했어요.

김 전 의원이 김대중 당시 민주당 총재의 부대변인으로 있던 1992년에는 가족들이 간첩단으로 몰려 친정 어머니까지 서울 남산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끌려가는 고초도 겪었다고 합니다.

이씨는 "이렇게 험난한 시절을 지나왔다"며 "옛날의 고통스런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고 있자니 눈물이 흐른다"고 전했는데요. 그는 "이제 와 저의 친정 오빠로 인해 (김 전 의원이) 곤혹스런 처지를 당하니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거듭 애끓는 심정을 전했습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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