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참PD 폭로 시작,?도티 사과에 쯔양 은퇴까지
"유튜버 신뢰감 악용...광고라 밝히면 매출에 불리해"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으로 포장, 유튜브니깐 괜찮을까?
많게는 수 백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뒷광고란 실제 특정 업체로부터 협찬이나 돈을 받고 내보내는 유료광고 방송이지만, 이를 알리지 않고 제품을 홍보해주는 걸 말하는데요. 뒷광고 폭로에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사과했지만, 공개 설전에 은퇴 선언까지 나오는 등 그야말로 유튜브 1인 방송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뒷광고는 업계 윤리 위반은 물론, 공정 거래를 저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인기 유튜버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이유죠. 구독자들은 '유튜버가 쓰는 제품이니 믿고 따라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소비자들을 속였다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어느 새 유튜브가 업체의 홍보 창구가 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이를 둘러싼 잡음도 커지고 있어요.
대형 MCN 대표 도티까지 사과… 업계에 퍼질대로 퍼진 뒷광고
어린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며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튜버 '도티'가 이끄는 '샌드박스'가 '뒷광고'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죠. 도티는 며칠 전만해도 본인과 샌드박스 소속 유튜버들의 뒷광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반발했었는데 말이죠.
샌드박스는 7일 "지금까지 샌드박스와 소속 유튜버들이 제작한 유료 광고 영상을 전수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도 일부 영상에 유료 광고 관련 표기 문구가 누락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죠. 관리 소홀을 인정하며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교육은 물론 관련 캠페인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샌드박스까지 사과한 걸 보면 뒷광고가 1인 방송 시장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샌드박스가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ㆍ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 관련 기획사)의 SM엔터테인먼트'로 불리기 때문인데요. 샌드박스는 유명 방송인 유병재씨와 유명 웹툰 작가 이말년(침착맨)ㆍ주호민, 카피추, 장삐쭈, 함연지 등 인기 유튜버 다수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업계 최대 기획사까지 뒷광고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걸 보여준 셈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생 유튜버는 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유튜브를 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구독자가 10만명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매일 여러 건의 협찬 제안 연락이 온다.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의 유투버의 협찬 문의는 상상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샌드박스는 뒷광고 논란에 소속 웹툰 작가 이말년은 샌드박스의 관리 소홀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그 파장은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요.
한혜연ㆍ강민경 'PPL 문제', 참PD 폭로로 촉발된 뒷광고 논란
뒷광고 논란은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와 가수 강민경씨 등 유명인들의 유튜브 간접광고(PPL) 논란이 불씨가 됐습니다. 이들은 "내가 직접 샀다"며 미용 제품을 써보는 방송을 했지만, 한 연예 매체가 업체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촬영한 방송이었다고 보도한 것인데요. 논란이 커지자 이들은 즉시 해당 내용을 인정하며 사과했습니다.
한씨와 강씨의 사과로 일단락 될 것 같았던 사태는 다른 국면을 맞습니다. 유튜브 채널 '애주가TV'를 운영하는 '참PD'가 이들의 PPL 논란을 거론하면서 유명 유튜버의 뒷광고까지 폭로했기 때문이죠.
참PD는 지난달 21일 한씨와 강씨의 PPL 논란에 분노하며 "많은 유튜버가 업체로부터 돈을 받았지만, 자신이 산 것처럼 거짓으로 제품 시연 방송을 하는 PPL 꼼수가 널리 퍼져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러면서 "2016년에도 적지 않은 유튜버가 고액 단가 광고를 받고도 이를 당당히 밝힌 경우는 없었다"며 "이제 와서 유료광고 여부를 표시하며 진정성을 어필하는 유튜버들의 행태가 싫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4일 방송에선 술에 취해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유명 크리에이터 '도티'와 함께 '쯔양', '문복희', '나름' 등 먹방 유튜버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의 뒷광고 의혹을 폭로하는 방송을 했습니다. 도티 본인은 물론 샌드박스 소속 유튜버들의 뒷광고 의혹까지 제기한 건데요.
도티는 이 때만 해도 의혹을 전면 부인했죠. 참PD의 발언에 도티는 참PD의 방송 중 실시간으로 직접 댓글을 달며 설전을 벌였고, 두 사람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도티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뒷광고의) 증거가 뭔지 궁금하다"며 반박했고 논란이 커지자 참PD는 자신의 채널 커뮤니티에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유튜버들 잇따라 사과했지만… "배신감 클 수밖에"
먹방 유튜버들도 사과 글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문복희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광고임에도 광고임을 밝히지 않았던 적이 있다"며 "광고가 시청자들의 구매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심각성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죠. 또다른 먹방 유튜버 '햄지'와 '나름'은 전날 일부 콘텐츠를 광고 방송이라고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며 사과 글을 올렸습니다.
잇단 사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한 유튜버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사실 유튜브 측에서도 몇 차례에 걸쳐 '광고' 임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요청했고 나를 비롯한 상당수 크리에이터들은 예전 콘텐츠까지 찾아서 혹시 광고라고 밝혀야 하는 것을 빠뜨렸는지 따져보기까지 했다"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이어 "그런 상황에서 광고임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유튜버들이 속속 등장하니 그 배신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구독자 267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쯔양'이 6일 '유튜브 방송을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란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많은 이들이 놀랐죠. 그는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던 시기에 몇 개의 영상에 광고 표기를 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하게 잘못한 것이며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방송 중단을 선언하며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질타가 아닌 '몰래 뒷광고를 해왔다', '탈세를 해왔다' '사기꾼' 등 허위 사실을 퍼트리는 댓글 문화에 지쳐 앞으로 더는 방송 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죠. 자신의 은퇴가 뒷광고 논란이 아닌 일부 누리꾼들이 올리는 악성 댓글 때문이라고 밝힌 겁니다.
논란에도 뿌리치기 쉽지 않은 뒷광고… 규제 나서는 공정위
뒷광고는 '표시광고법'(기만적ㆍ거짓 광고 등)에 따르면 위법 행위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건 입소문을 통해 판매 실적을 올리는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당한 수의 팬(구독자)을 확보한 인플루언서들이 제품의 품질, 디자인, 기능 등을 보증한다면 믿고 이용하는 게 보편적인 심리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튜버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본인이 구독하는 유튜버가 사용하는 제품이나 먹는 음식이라면 믿어도 되겠다는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며 "실제로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는 광고란 문구를 붙이는 것보다 (떼는 게) 효과적이다. 때문에 업체도 광고란 점을 노출하지 않고 방송에 녹일 때 더 많은 광고비를 주는 일이 자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구독자 수 백만의 유명 유튜버들에게 업체들이 제품 하나 써주는 것만으로도 수 천만원을 제공한다는 건 업계에서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유튜버 입장에선 만약 '광고'라는 점을 계속 밝힐 경우 '광고만 하는 유튜버'란 나쁜 이미지가 생겨 구독자가 줄어드는 역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뒷광고는 업체와 유튜버에 '윈윈'이 되는 셈이죠.
실제 지난해 10ㆍ11월 한국소비자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위 60개 인플루언서 계정의 광고 게시글 582건 중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밝힌 글은 29.9%(174건)에 그쳤다고 합니다.
유튜브를 활용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유튜버들의 뒷광고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과거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한 마케팅이 활발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고, 그 논란이 이제는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인데요.
2000년대 중반 이후 방문자 수 1만명 이상을 보유한 '파워블로거'가 등장하고, 이들을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위장ㆍ허위 광고도 덩달아 늘었다고 하죠. 이런 현상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으로 고스란히 옮겨졌고, 이제는 유튜브로 이동했습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체인 데이터블의 이종대 대표는 "뒷광고는 매체만 달라졌을 뿐 과거에도 똑같이 일어났던 현상"이라며 "유튜브가 메인 플랫폼이 되고 사람과 돈이 모이다보니 광고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는 논란이 이어지자 다음 달 1일부터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의 원칙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매체별 공개 방식을 규정한 '추천ㆍ보증 등에 관한 표시ㆍ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플루언서가 경제적 대가를 받고 제품 리뷰 등 콘텐츠를 올릴 때는 "협찬을 받았다", "광고 글이다" 등의 문구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과연 공정위의 조치가 뒷광고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