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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초댐 고정하다 침몰... 사람들이 몇초만에 의암댐 수문으로 빨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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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초댐 고정하다 침몰... 사람들이 몇초만에 의암댐 수문으로 빨려갔다

입력
2020.08.06 18:12
수정
2020.08.06 22: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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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들 "손 쓸 틈 없었다"…순식간에 사고 발생
실종자 가족 "이 비에 왜 작업을 시켰냐"며 오열

6일 오후 경기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 인근 북한강에서 소방대원들이 의암댐 선박 침몰 사고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날 오전 강원 춘천시 의암댐 인근에서 수초섬을 고정 작업하던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되는 사고가 나 경찰과 소방, 육군 등이 실종자를 수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후 경기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 인근 북한강에서 소방대원들이 의암댐 선박 침몰 사고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날 오전 강원 춘천시 의암댐 인근에서 수초섬을 고정 작업하던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되는 사고가 나 경찰과 소방, 육군 등이 실종자를 수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단 몇 초 만에 사람들이 사라졌어요. 손 쓸 방법이 없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6일 강원 춘천시 의암댐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사고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 김모씨는 연신 안타깝다는 말만 거듭했다. 연일 쏟아진 비에 물이 불어나 의암호 물은 마치 급류처럼 빠르게 흐르던 상황이었다. 배가 침몰한 뒤 어떻게 손을 쓸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사고는 순식간에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전복 사고가 난 시간은 이날 오전 11시 6분쯤.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폭우로 떠내려가는 수초섬(수질 정화용)을 고정하던 민간 고무보트가 댐 보호를 위해 설치해 놓은 와이어(한계선)에 걸리며 침몰했고, 이를 구조하기 위해 뒤따르던 경찰정과 춘천시 행정선이 차례로 전복됐다. 이 사고로 경찰관과 춘천시청 공무원 등 7명이 실종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직후 배 3척과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폭 13m의 의암댐 6번 수문으로 휘말렸고, 하류 쪽으로 빠르게 휩쓸려 내려갔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 신고를 한 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배와 사람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김씨는 "사람들이 먼저 수문으로 휩쓸리고 뒤이어 배들이 수문과 충돌했다"며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또 다른 목격자인 B씨는 "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 봤더니 사람들과 배가 떠내려가고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악' 하는 비명이 들려 고개를 돌리자 한사람이 빨간색 부유물을 잡고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떠내려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고 직후 의암댐 하류인 춘천시 남면 서천리 경강교 인근에 긴급구조본부가 차려졌고 소방과 경찰은 수색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실종자 7명 중 1명은 구조되고 1명은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수색 작업에 800여명이 동원됐지만 오후 늦게까지 추가 구조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면서 현장에서는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물에서 표류하는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체온이 떨어져 생사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 5명은 춘천시 소속 직원 3명, 경찰 1명, 민간인 1명으로 파악됐다. 실종자들은 평소에도 의암댐 등에서 작업이나 순찰을 하던 사람들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은 더 컸다. 실종된 춘천경찰서 이모(54) 경위는 7년 넘게 주민들 안전을 위해 의암댐과 소양댐에서 경찰정을 조종한 베테랑 경찰관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양댐 관할 신북파출소와 의암댐 관할 서부지구대를 오가며 매일 순찰을 도는 힘든 일을 맡아왔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3명의 실종자가 나온 춘천시 관계자는 "동료 직원이 실종된 것에 정신이 없고 다들 너무 놀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구조본부로 모여든 실종자 가족들은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소방 관계자가 실종자 가족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유가족'이라는 표현을 쓰자 "구조를 포기한 것이냐"고 소리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가족들은 "이렇게 물살이 거센데 어떻게 작업을 시킬 수 있느냐"며 눈물을 쏟았다. 또 경찰이 개인신상 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해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개인정보가 뭔 상관이 있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5시 15분쯤 구조본부를 방문해 구조 상황을 점검했다. 정 총리는 "작업 지시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가감없이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춘천 최은서 기자
춘천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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