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로스에 사직 인사…"자긍심 잊지 말자" 응원도
조상준 검사장도 "스스로 비하 말길" 사직 인사
지난달 사직서를 낸 양부남(59ㆍ사법연수원 22기) 부산고검장이 사직 인사를 통해 "검찰이 옹졸한 포수의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자"는 뜻을 전했다. 양 고검장은 "검찰이 거악을 척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뼈있는 말도 남겼다.
양 고검장은 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 "훌륭한 포수, 능력 있는 포수는 창공을 날아디는 맹금을 잡는다. 옹졸한 포수는 잡혀와 새장에 들어 있는 새에 대해 정체를 파악하겠다며 털도 뽑아 보고, 뼈도 깎아 보고, 껍질도 벗겨 본다"며 검찰을 옹졸한 포수에 비유했다. 그는 "검찰이 거악을 척결하지 못하고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에 대해서 법과 원칙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너무 엄격하게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 아닌지"라고 지적했다. 최근 검찰이 처한 환경이 권력형 비리 수사는 외면하고 서민 피의자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게 된 상황 아닌지를 우려한 것이다.
양 고검장은 그러면서 '죄를 지은 각 사람이 왜 지었는지 그 정을 알게 된다면 슬퍼하고 긍휼히 여겨야지 기뻐하지 말라'는 춘추전국시대 증자(曾子)의 말을 인용하며 "사건 하나 했다고 기뻐할 게 아니고 개개의 사건에 있어서 범죄의 동기와 범죄자의 처한 형편을 잘 살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형편에 따라 검찰권을 유연하게 행사하는 게 실질적인 인권보장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수사 관련 법률 개정 등으로 검찰 조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게 참으로 가슴 아프다"고 했다.
지난달 말 사직서를 낸 조상준(50ㆍ26기) 서울고검 차장검사(검사장)도 이날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남겼다. 조 검사장은 "제도의 한계와 일부 운용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는 검찰은 정의롭고 유능하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조직"이라며 "일희일비 하지 마시고, 절대로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경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태산같은 자부심으로 업무에 임하시고, 업무를 마친 후 '한 점 부끄러움 없었다'며 스스로 미소 짓는 여유를 가지시면 좋겠다"고 응원의 말을 남겼다.
이날 사직 인사를 올린 양 고검장은 2018년 강원랜드 의혹 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 등 대검 지휘부와 갈등을 빚었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과 함께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조 검사장은 2006년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일하는 등 '윤석열 사단'으로 꼽힌다. 2015년 포스코 비리 수사 때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재판에 넘기는 등 '특별수사통'으로도 불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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