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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고유민 선수 '악플 비극'에… 네이버·카카오, 스포츠뉴스 댓글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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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고유민 선수 '악플 비극'에… 네이버·카카오, 스포츠뉴스 댓글도 중단

입력
2020.08.07 17:42
수정
2020.08.08 00: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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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업그레이드된 네이버 악성댓글 탐지 인공지능(AI) 클린봇 2.0이 걸러낸 '욕설 맥락' 댓글들. 네이버 제공

최근 업그레이드된 네이버 악성댓글 탐지 인공지능(AI) 클린봇 2.0이 걸러낸 '욕설 맥락' 댓글들. 네이버 제공

앞으로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의 스포츠뉴스에선 댓글을 볼 수 없게 됐다. 프로배구선수였던 고유민씨가 지속된 악성 댓글로 지난 1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빚어진 사회적인 파장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7일 스포츠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당장 이날 오후부터 기술적인 준비가 끝나는대로 댓글창을 닫고, 네이버는 이달 중 댓글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고유민 선수 사건을 계기로 일부 스포츠 선수를 향한 악성 댓글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날 오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최근 악성 댓글의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는다는 판단에 따라 '네이버 스포츠뉴스'에서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자 한다"고 공지했다. 카카오도 "건강한 소통과 공론을 위한 장을 마련한다는 댓글 본연의 취지와는 달리, 스포츠뉴스 댓글에서는 특정 선수나 팀, 지역을 비하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 댓글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왔고 카카오는 이에 대한 조치를 고민해왔다"며 결정 배경을 밝혔다.

프로배구 고유민 선수가 지난 5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에 올린 악성 메시지 자제 당부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프로배구 고유민 선수가 지난 5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에 올린 악성 메시지 자제 당부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양사의 이번 댓글 폐지 결정은 지난해부터 악플에 취해온 '강경 기조'의 연장선이다. 양 사는 지난해 가수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 사망 이후 연예뉴스 댓글창을 없애는 등 댓글 정책 수정에 나서면서 악플과의 전쟁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10월 설리 사건 직후 카카오는 연예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네이버는 올해 3월 연예뉴스 댓글 폐지와 댓글 작성 이력 공개, '인공지능(AI) 클린봇 2.0' 필터 출시 등으로 악성 댓글에 대처하고 있다.

이처럼 양 사의 강력한 악플 정책 시행 이후, 포털내 악성 댓글 수는 급감했다. 네이버는 올해 1월 대비 6월에 규정을 위반해 삭제된 댓글 건수는 63.3% 줄었고, 이에 따른 영향으로 비공감 클릭은 21.5%, 신고는 53.6% 감소했다고 전했다. 카카오의 경우 2월 댓글정책 개편 이후 5월 한 달간 악성 댓글 삭제 건수가 개편 전에 비해 7% 늘어나는 데 그쳤고, AI가 욕설로 판단해 음표로 글자를 바꿔준 댓글 수도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인터넷 포털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유 위원은 4일 페이스북에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자프로배구 고유민 선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올리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 페이스북 캡처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인터넷 포털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유 위원은 4일 페이스북에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자프로배구 고유민 선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올리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스포츠뉴스 댓글 상황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용자들의 거센 반대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두 포털이 '댓글창 폐지'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 선수 개인을 향한 심각한 인신공격은 물론 가족들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욕설 및 성희롱까지 이어지자, 최근 일부 선수들은 직접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프로야구 LG트윈스 오지환 선수는 소속사를 통해 악성 댓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대한탁구협회장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스포츠 스타 다수가 미성년자이거나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대 초반 청년인 만큼, 이들을 법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하다"며 포털 스포츠뉴스 댓글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두 포털은 기술적인 조치를 통해 악성 댓글을 걸러낼 수 있게 되면 댓글 서비스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댓글의 순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스포츠 서비스에서 자주 발견되는 댓글 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악성 댓글은 노출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추가 개발 중"이라며 "댓글이 중단된 동안 이를 고도화하고, 실효성이 담보되면 댓글 중단 해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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