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독특한 분장의 졸업사진으로 주목을 받아 온 경기 의정부고등학교가 올해는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장례식장에서 어깨에 관을 올리고 춤을 추는 아프리카 가나의 상여꾼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해 찍은 졸업사진을 두고 흑인의 외모를 희화화한 ‘블랙페이스(Blackface)’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흑인이 아닌 배우가 흑인 흉내를 내기 위해 하는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뜻하는 블랙페이스는 19세기 미국의 촌극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대표적인 인종차별적 행위로 꼽히며 금기시 됐다.
의정부고 졸업사진 속에서 학생들은 얼굴을 진한 색으로 칠했을 뿐 입술을 도드라지게 강조하는 등의 우스꽝스러운 분장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철부지 학생들의 단순 분장 사진에 서구의 인종차별 역사까지 들먹이며 비판하는 것이 과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의도야 어쨌든 해외발 동양인 또는 한국인 외모 비하 사건과 맥락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재발방지 대책은 필요해 보인다.
과거 사례를 되돌아보면 의도치 않은 흑인 인종차별, 즉 블랙페이스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2003년 데뷔한 4인조 그룹 ‘버블시스터즈’는 과장된 흑인 분장을 한 모습을 첫 앨범 표지에 실었다. 당시 미국에서 제기된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정통 흑인 음악을 추구한다는 의미”라며 반박했지만, 흑인 분장을 한 채 못생긴 외모에 대해 푸념하는 노래를 부르는 활동을 이어갔다. 그룹의 진의가 어떻든 ‘흑인=못생김’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는 행보였기에 국내외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그룹 ‘마마무’ 역시 2017년 3월 가수 ‘브루노 마스’를 흉내 낸 분장을 한 채 무대에 서 소속사가 공개 사과했다.
음악계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오랜 기간 우꽝스러운 분장을 필두로 한 외모 개그가 주류를 이뤘던 개그계는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블랙페이스도 등장했다. 마마무 논란 불과 한 달 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에 개그우먼 홍현희가 블랙페이스를 하고 지상파를 탔다. 이번 의정부고 졸업사진이나 마마무 공연 분장과는 다르게 과장된 입술과 어리숙한 모습까지 갖춘, 전형적인 블랙페이스였다. 결국 제작진과 개그우먼 본인이 사과했지만, 지상파 방송에서 정통 블랙페이스가 방영될 때까지 아무런 내부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점은 큰 충격이었다.
이에 앞서 개그우먼 박나래는 2015년 11월 전신을 새까맣게 칠하고 넥슨의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 광고에 출연했다. 박나래 역시 흑인 분장을 한 채 우꽝스러운 춤을 춰 비판에 직면했다. 박나래가 광고하던 캐릭터 이름은 ‘나래니글’이었는데, 흑인을 비하하는 속어인 ‘니그로(Negro)’가 연상되는 이름이었다. 당시 제작진은 박나래와 함께 광고에 출연한 ‘니글니글’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해명했지만, 반대로 흑인 캐릭터기 때문에 니그로가 연상되는 니글니글을 섭외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만 부추겼다. 여기에 서든어택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광고 머리에 “혐주의(혐오 주의)”라는 문구를 달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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