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평가보고서 초안 "선거법 개정 필요"
“총선 대승은 2040 지지와 계파 갈등 약화 덕”
“부울경(PK)ㆍ이남자 민심 세밀한 접근 필요”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으로 취지가 훼손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원점 재검토’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도입을 주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한계를 시인한다는 뜻이다. 한국일보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민주당 '21대 총선 평가보고서' 초안을 입수했다.
민주당은 '거대 정당 중심의 정치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지난해 말 선거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소수당 몫의 의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에 '꼼수' 비판 속에서도 비례대표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비례대표 후보자 추가 물색도 다급히 했다. 결과적으로 스스로 한 선거제 개혁을 무색하게 했다. 이에 민주당은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ㆍ참여를 막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다시 개정하고, 당내 비례대표 공천 과정을 손 보기로 했다.
선거법의 허점을 이용해 176석의 슈퍼 여당에 등극한 민주당이 수개월 만에 선거법의 잘못을 인정하는 상황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민주당 ‘21대 총선 평가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민주당은 압도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4ㆍ15 총선 대응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정비해야 할 ‘당내 규정과 법규’를 다수 지목했다. 법률 중엔 공직선거법이 손질 대상으로 꼽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현재 한계를 해소”해야 하며, 이는 “단순 제도 개선이 아니라 원점 재검토”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서는 명시했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 선거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는 원칙적 방침은 확인했지만, 법 개정의 수위와 방향은 아직 공론화하지 않았다.
평가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비례정당을 급하게 창당하면서 비례대표 후보 검증도 상대적으로 급하게 한 것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됐다”며 “이는 공천 시스템 정비로 풀 문제가 아니라, 하반기 21대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통해 근원적으로 풀 문제”라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말그대로 원점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창당 이래 처음으로 지난 달 5월 '총선평가단'을 꾸렸다. 전례 없는 압승의 의미와 한계를 동시에 복기해야 한다는 뜻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평가단 구성을 지시했다. 실무진은 수 차례 비공개 토론을 통해 완성한 보고서 초안을 최근 지도부에 보고했다.
보고서는 민주당 총선 대승의 배경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에 대한 2040세대의 지지 증가 △당 계파 갈등 약화가 수반한 당의 안정과 리더십 등을 지목했다.
민주당의 대처 중 총선 압승과 직결된 것으로는 지역구 후보 시스템 공천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꼽혔다. 보고서는 △투명성ㆍ공정성ㆍ효율성을 제고한 지역구 시스템 공천 △코로나19에 민감한 여론을 일찌감치 파악한 핵심 의제 선점 △이해찬 대표 체제의 예측 가능성 및 안정성 △빅데이터를 활용해 유권자의 동선, 관심사 등을 분석하고 유세에 활용한 선거 전략 등을 긍정요소로 언급했다.
당의 미흡한 대처로는 △공천기구 설치 시점 및 운영 방식 △총선 공약 개발 과정상의 객관성 부족 △일원화되지 못한 선거전략 수립 구도 등이 거론됐다. 특히 공천 운영 방식을 두고는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체계적 검증이 부족했고 후보자가 제출하는 보고서의 객관성 및 전문성도 보강돼야 한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공약 개발이나 선거전략 수립 과정에서 계층, 세대, 직종, 지역 민심을 각각 겨냥하는 노력이 보다 요구되며, 부산ㆍ울산ㆍ경남(PK), 대구ㆍ경북(TK), '이남자'로 불리는 20대 남성의 민심을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민주당은 보고서 최종안 작성 작업에 착수했다. 여론조사 등 정량 평가를 담은 추가 분석 자료도 이번주 중 완성돼 보고서에 첨부될 예정이다. 보고서 최종안은 이르면 9월 초 외부에 공개된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민감한 내용이 많은 만큼 보고서를 당 내부에서만 회람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공개하는 방향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며 “민주당에 압도적 의석을 준 민심의 의미와 당이 더 겸허해져야 할 대목을 밝혀두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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