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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발레단 입성 열여덟 박한나 “마리아넬라 누네즈와 한 무대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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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발레단 입성 열여덟 박한나 “마리아넬라 누네즈와 한 무대 기뻐요”

입력
2020.08.12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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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들에게 꿈의 무대인 영국 로열발레단에 입단하는 18세 발레리나 박한나가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로열발레학교를 2년 만에 수석 졸업한 박한나는 이달 말 런던으로 출국한다. 정준희 인턴기자

무용수들에게 꿈의 무대인 영국 로열발레단에 입단하는 18세 발레리나 박한나가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로열발레학교를 2년 만에 수석 졸업한 박한나는 이달 말 런던으로 출국한다. 정준희 인턴기자


“몸이 근질근질해요. 빨리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이제는 발레 ‘영재’가 아니라, 어엿한 ‘프로’ 무용수다. 올해 나이 고작 18세. 영국 로열발레단 입단을 앞둔 소녀 발레리나 박한나가 생긋 웃었다. 두근두근 설레는 표정이 얼굴 한 가득 피어났다.

10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마주한 박한나는 “멀게만 느껴졌던 꿈을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꿈을 이룬 건 분명하다. 1931년 설립된 로열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등과 함께 세계적인 명문 발레단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단원 120여명 중 한국인은 2003년 입단한 재일동포 4세 최유희와 2017년 입단한 전준혁, 지난해 입단한 김보민까지 단 3명뿐이었다. 박한나는 이달 말 런던으로 떠나,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로 로열발레단에 합류한다. 영국 나이로는 17세, 로열발레단 90년 역사에서도 드문 일이다.

하지만 결코 멀게만 느껴진 건 아니었다. 박한나는 어릴 적부터 이미 유망주이자 기대주였기 때문이다. 선화예중 재학 시절 이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을 함께 다녔다. 이때 2015년 발렌티노 코즐로바 유스 콩쿠르 1등, 2016년 베를린 탄츠 콩쿠르 프로 부문 2등, 2017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1등을 차지했다.

2018년 2월 세계 5대 발레 콩쿠르로 꼽히는 로잔 국제 발레콩쿠르에서 2등에 올랐다. 당시 역대 최연소(15세) 입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해 선화예고에 진학하자마 바로 로열발레단 부설 로열발레학교로부터 입학 제안을 받았고, 9월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발레학교에서도 박한나는 남달랐다. 입학 한 달 만에 학교 측에서 월반을 제안할 정도였다. 덕분에 3년 과정인 발레학교를 2년 만에 졸업하게 됐다. 그렇다고 ‘악바리’처럼 지낸 건 아니었다. 박한나는 발레학교를 ‘풍부한 시간’으로 기억했다. “한국에서였다면 연습에 수업에 바빴을 텐데, 학교는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줬어요. 그 덕에 외국 친구들과도 깊게 사귈 수 있었고, 공상에 빠져 지낼 수도 있었고요. 그렇게 행복하게 지낸 것 같아요.”

박한나는 교내 공연에서도 주연을 도맡았을 뿐 아니라 지난달 졸업식에선 남녀 졸업생 각 1명씩에게 주는 최우수상도 받았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졸업식은 온라인으로만 치러졌다. 3월 이후엔 한국에 머물며 개인 연습 중이다. 로열발레단이 이런 박한나를 그냥 둘 리 없다. 발레학교 3학년 때 이미 이런저런 공연에 참가시키더니 지난 1월 일찌감치 발레단 입단을 결정지었다.


박한나는 타고난 신체 조건에 실력까지 갖춰, 로열발레학교 재학 시절 학내 공연의 주역을 도맡았다. 박한나 제공

박한나는 타고난 신체 조건에 실력까지 갖춰, 로열발레학교 재학 시절 학내 공연의 주역을 도맡았다. 박한나 제공


박한나가 발레를 처음 접한 건 여섯 살 때 유치원에서다. “다른 아이들이 주변에서 산만하게 놀아도 박한나는 묵묵히 동작을 따라 하더라”는 선생님 얘기에 어머니는 딸을 발레학원에 보냈다. 이후 오직 발레뿐이었다. 뭐가 그리 좋았을까. “왜 발레가 좋은지 저도 모르겠어요. 발레를 하고 있으면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들어요.” 부모님도 신기하게 여긴단다. 집안에 무용은 물론, 예술 쪽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다. “엄마 아빠도 가끔 ‘어떻게 이런 아이가 태어났나’라고 농담도 하세요.”


박한나는 오랜 우상, 로열발레단의 마리아넬나 누네즈와의 공연을 고대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박한나는 오랜 우상, 로열발레단의 마리아넬나 누네즈와의 공연을 고대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박한나는 지금 마음이 급하다. 앞으로 춤추게 될 로열발레단엔 마리아넬라 누네즈(38)가 있어서다. 발레단의 간판 스타이자, 박한나 개인에겐 롤모델이다. “영국 유학 이전에 어릴 적부터 영상을 다 찾아봤던 무용수예요. 춤이 너무 아름다운, 흠모했던 분이에요. 그 분과 이제 자주 한 무대에 서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설레죠.”

박한나는 발레에 맞게 태어났다는 얘길 자주 듣는다. 아치형 발등이 예쁘게 잘 나와서 ‘발레리나’라고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푸앵트(발끝으로 곧게 서는 테크닉) 동작부터가 남다르다. 거기에다 큰 키에 길다란 팔 다리를 갖춰서 선이 아름답다. 박한나의 목표는 여기에다 표현력을 덧입히는 것이다. “해외 나와서 공부하다 보니 신체 조건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외국 무용수 중에는 타고난 조건이 뛰어나지 않아도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저도 춤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롤모델 누네즈를 뛰어넘는 박한나를 만날 수 있을까. “클래식 발레부터 드라마 발레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요. 관객들이 제 춤을 보면서 제가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더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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