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추가비용 설계사에 전가, 일자리 줄 것"
노조 "고객 보호 위해 설계사 지위 안정 필요"
당정이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국내 특수직 근로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보험설계사의 지위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6월 보험설계사 등 특수직을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에 포함시키는 고용보험법 등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한 내용으로, 고용노동부의 핵심 정책과제이기도 하다. 여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점유한 21대 국회에서는 조만간 통과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장 광범위한 영향을 받는 집단이 77만 특수직 근로자 중 42만명(올해 5월 기준)에 달하는 보험설계사다.
비대면 서비스 유행, 인구 감소 등으로 보험설계사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 거란 전망과 달리 국내 보험설계사 고용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기준 보험업권 전체에서 설계사 인력의 비중은 87.5%로 2003년(82.7%)보다 오히려 늘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단기 일자리가 줄어들자 보험설계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 최근 보험사들도 적극 신규 채용에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회사들은 고용보험 도입이 도리어 보험설계사의 고용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보험회사의 채널 관리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추가 비용은 수수료 개편 등 형태로 결국 설계사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고, 일부 영업 실적 좋은 설계사 외에 많은 ‘저능률’ 설계사는 정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가 고용보험의 혜택을 얼마나 볼 지도 의문이라는 반문도 나온다. 고용보험에 따른 실업급여 수령은 '비자발적 실업'을 전제로 하는데, 설계사는 이직을 목적으로 한 '자발적 실업'이 많아서다. 또 보험사와 보험대리점(GA)들의 채용 경쟁으로 "보험설계사는 구직난보다 구인난이 심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런 사정 때문에 2008년 이래 보험설계사의 가입이 가능해진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경우, ‘적용제외 신청’을 한 후 회사가 제공하는 단체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직업 특성상 일반 노동자는 물론, 골프장 캐디 등 여타 특수직 근로자와 비교해도 산재를 인정받을 여지가 적다는 이유다.
하지만 반대로 오히려 보험사 등이 고용보험 적용을 계기로 보험설계사를 적극 관리하고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2017년 출범한 전국보험설계사노조의 오세중 위원장은 "설계사의 안정성이 보장되면 각종 불완전판매는 물론 기존 계약을 관리할 설계사가 사라지는 ‘고아계약’ 문제 등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회사들이 만약 설계사를 체계적으로 채용하고 계약 관리 책임도 나눠 진다면 설계사뿐 아니라 잘못된 상품 판매 및 사후관리 부족으로 인한 고객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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