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 크다" 다주택자 매도 고민
부동산 법인은 이미 매물 내놓기 시작
수요자 관망세 속 일부 신고가 경신도
"일명 '부동산 3법'이 국회 통과한 4일부터 문의가 많네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요즘 고객들 전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사거나 팔겠다는 문의는 별로 없고, 대부분은 다주택자들이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가 바뀐 것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다. A씨는 "내년 6월부터는 보유세율이나 공시가격도 크게 오를 예정이라 세부담이 크게 는 것은 확실해진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추이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가격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의 7ㆍ10 부동산 대책과 8ㆍ4 공급대책으로 매수 희망자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결과로 풀이된다.
보유세율을 크게 높인 부동산 3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다주택자나 법인발(發) 매물이 쏟아질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아파트는 여전히 신(新)고가에 거래되고 있어 집값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주택자는 '고심중'... 법인은 "매물 내놓기 시작"
지난 주 발표된 주간 주택매매 동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른바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상승세가 크게 꺾인 것이었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강남구는 전주보다 0.01% 상승하는 데 그쳤으며, 서초구와 송파구는 보합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7ㆍ10 대책에 따른 보유세 부담으로 관망세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법인들의 보유 물량이 나오기 시작한 것을 가격 하락 원인으로 꼽는 분위기다. 7ㆍ10 대책 등에 따라 내년 6월부터 다주택 보유 법인의 종부세율은 최고세율인 6%가 적용되고, 기본공제 6억원과 세부담 상한도 적용하지 않는다. 송파구 가락동의 한 부동산 대표는 "개인 다주택자는 아직 매매를 고민하는 정도지만, 법인은 이미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며 "직전 실거래 가격 수준으로 거래되길 희망하는데, 매수자가 없어서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라고 귀띔했다.
다주택자 중에서도 결국 집을 내놓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년 6월부터는 3주택자 이상(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율은 1.2~6.0%에 달하는 데다 공시가격 상승도 예정돼 있다. 1년 미만 보유한 주택 양도세율은 40%에서 70%로 상향되며, 규제지역 다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30%포인트가 중과된다.
내년 6월까지 집을 팔지 않으면, 양도차익 대부분이 세금으로 나가게 된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세무사는 "결국엔 집을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고객들이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증여를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세금을 따져본 후 매도를 결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나오는 '신고가'... "당분간 보합세" 전망도
문제는 여전히 역대 최고가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84.9㎡는 이달 28억원에 매매됐는데, 지난달 실거래가보다 1억원 높은 신고가다. 같은 아파트 전용면적 99.9㎡도 최근 31억5,000만원에 팔리며 마찬가지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곳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올해까지는 집값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분위기도 아니라는 얘기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일부 아파트가 신고가를 경신해도, 자금 여력이 있는 무주택자 등을 제외하면 강남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강남 집값은 당분간 거래소강 상태가 이어지며 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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