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임신 후 너무 많이 먹거나 못 먹어도 문제일까
"태반아 부탁해" 엄마가 먹는 게 태아에게 가는 원리
라면ㆍ회는 먹으면 정말 안되나..."지나치면 안 돼"
편집자주
임신을 하게 되면 궁금해지는 것들이 시시때때 생기는데요. 이중에는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기 민망할 정도로 사소하지만, 임신 관련 책에도 나오지 않아 답을 구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많습니다. 어쩔 수없이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맘카페에 글을 올려 답을 구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론 불안함이 가시지 않지요. 그런 궁금증을 모아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임신했으니 2인분 먹어야지!"
임신 중기 이후 배가 슬슬 나오면서 이런 말 안 들어본 임신부는 없을 겁니다. 임신부 스스로 입맛이 돌면서 식욕이나 식탐이 늘어나 2인분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믿고 싶은 마음도 생길 거고요. 반대로 '2인분 먹어줘야 하는데 너무 못 먹어서 태아에게 안 좋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정말 맘 놓고 2인분 먹어도 될까요. 그래도 되는 시기와 안 되는 시기도 있다는데요. 아무리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음식도 있고요. 입덧으로 아무것도 못 먹어도 괜찮은 건지,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임신하면 2인분 먹어야지" 진짜일까
실제 임신부가 섭취해야 하는 칼로리는 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전승주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을 하면 마지막 5개월 동안은 약 8만kcal가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고 밝혔는데요. 전 교수는 "이를 계산해보면 하루에 약 100~300kcal를 임신 기간 동안 추가로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렇다면 임신 초기부터 매일 하루에 100~300kcal를 더 섭취해도 되는 걸까요. 그것도 아니라고 하는데요. 전 교수는 "임신 기간 내내 열량 섭취를 늘리기보다는 초기 3, 4개월에는 하루에 추가 섭취해야 하는 열량이 없고, 중기 4~6개월에는 하루 340kcal 정도, 후기 7개월에서 막달 사이에는 하루 450kcal를 추가 섭취하는 방식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과도한 영양 섭취로 체중이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임신성 당뇨나 임신중독증 등을 걱정하게 될 수도 있는데요. 특히 과체중 또는 비만이었던 산모는 오히려 적절한 식이요법이 필요할 수도 있고요. 전 교수는 "하루에 1,000kcal 이상을 섭취하면 오히려 지방만 증가시킬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매운 라면 안 되고 회도 안 된다? 진짜로 안 되나
임신하면 맵고 짠 음식, 면이나 빵 같은 밀가루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맘카페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매운 음식이나 밀가루 먹으면 아이에게 아토피가 생길 수 있다더라"라는 댓글과 "저 임신했을 때 라면, 빵 달고 살았는데 아이들 피부 좋기만 하더라"는 댓글이 동시에 달리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라면, 맵고 짠 음식, 밀가루 빵, 먹어도 되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과하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매운 음식이나 밀가루 음식 등을 가급적 자제하라고 하는 이유는 임신부의 소화 기능 저하를 우려하기 때문이에요.
전 교수는 "밀가루나 매운 음식이 태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는데요. 밀가루나 매운 음식을 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위점막을 자극해 산모의 소화기계 기능을 나쁘게 할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어요.
그럼 회나 육회 등 날음식은 괜찮을까요. "(임신) 초기에는 안 되고 수은 함유량이 높은 생선은 안 된다"는 것이 산부인과 교수의 설명입니다.
임신 초기 날음식이 위험한 이유는 만약 기생충에 감염됐을 때 치료에 필요한 약물이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전 교수는 "세계적으로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의견은 '임신 기간 날음식은 기생충 감염 위험을 키우는데 만약 이로 인해 치료를 받게 되면 임신 초기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권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어요. 이어 그는 "날음식을 얼려 먹는 경우 기생충을 죽임으로써 날 음식보다는 안전하다고 하는데 영하 20도에서 7일 이상 얼리거나 영하 35도에서 고체화 한 뒤 영하 20도에서 24시간 이상 얼리는 조건 등이 필요해 일반 가정집에서는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업체에서 꽁꽁 얼린 냉동 참치회는 괜찮을까요. 문제는 참치회의 수은 함유량인데요. 상어나 황새치, 왕고등어, 옥돔, 참치류 등은 먹이 사슬의 상위 단계다 보니 수은 함유량이 높은 생선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임신부에게 먹으라고 추천하는 생선은 아닙니다.
수은은 실제로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전 교수는 "수은은 신경독소로 태반을 잘 통과하며 태아의 신경학적 발달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임신부에겐 수은 중독 증상이나 징후가 없어도 태아의 세포분열과 신경세포 이동을 방해해 기형 발생, 정신 장애, 뇌 손상으로 인한 구음 장애, 시야 장애, 감각 장애, 청각 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생선을 등 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생선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포화지방산 함량이 적으며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해 건강에 좋다는 연구가 있는데요. 전 교수는 "미 식품의약국(FDA)은 수은 함유량이 낮은 새우나 연어, 메기, 대구, 참치 통조림 등 230~340g 정도를 매주 2,3회 나누어 먹으라는 건강 권고안 초안을 2014년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엄마가 먹는 음식이 태아에게 가는 원리
태아는 산모(엄마)와 탯줄로 연결이 돼 있고요. 이 탯줄과 엄마 사이에 있는 게 바로 태반이에요. 탯줄이 연결 통로라면 접합 부위가 태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전 교수는 "태아의 배꼽에서 나오는 탯줄을 따라가다 보면 엄마의 자궁벽 안쪽에 붙어있는 넓적하고 두꺼운 접시와 같은 구조물이 보이는데 바로 이것이 태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엄마가 입으로 넣고 씹어 삼키는 음식물은 위와 장에서 소화 작용을 거쳐 영양분으로 분해돼 온몸으로 퍼져 나가면서 혈관을 타고 태아에게도 가게 됩니다. 이때 모든 것들이 거침없이 태아에게 가면 안 되겠죠. 태아는 작고 연약하니까요. 태아를 위해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담은 게 바로 태반의 역할이에요.
전 교수 설명에 따르면 "태반은 태아와 엄마에서 유래한 무수히 많은 작은 혈관들이 뭉쳐져 만나는 곳으로, 임신 중 태아와 모체 사이의 영양공급, 가스교환 노폐물 배출을 담당하는 기관"인데요. 쉽게 말해 태아와 엄마와 연결고리이자 '정수기 필터 같은 역할'이라고 볼 수 있어요. 태아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전달해주는 기능뿐만 아니라 엄마 혈액 속 일부 물질을 걸러내 태아에게 전달하지 못하도록 걸러내고 있답니다.
태반은 엄마가 가져온 영양분과 산소를 태아에게 전달해주고 태아가 만들어 낸 이산화탄소와 노폐물과 같은 대사물질을 받아와 대신 배출해줍니다. 태반은 또 엄마가 열심히 만든 항체를 태아에게 전달해주는데요. 이런 항체는 신생아가 태어난 뒤 스스로 항체를 만들기 전까지 면역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임신을 유지하게 하고 태아 발육에 필요한 여러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도 있다고 해요.
태반만 믿고 마음대로 먹고 마셔도 될까, 그건 아니랍니다. 태반이 모든 독성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인데요. 술과 같은 알코올, 커피나 홍차 등에 있는 카페인, 일부 약물은 태반을 통과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입덧해서 아무 것도 못 먹는데 괜찮을까
많이 먹는 것도 문제지만 못 먹어서 걱정인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입덧이 너무 심한 산모들의 이야기인데요. 입덧으로 밥을 아예 먹지 못하거나 특정 음식으로 겨우 연명하는 경험은 전체 임산부의 75% 정도가 겪는 일입니다. 보통 임신 초기인 6주 무렵부터 임신 14~16주까지 이어지죠.
입덧으로 엄마는 굶어도 태아는 괜찮을까요. 전 교수는 "입덧이 심한 경우에도 태반이 대신 태아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보상하기 때문에 유산율이나 기형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곽동욱 아주대병원 교수 역시 "많은 연구에서 입덧이 실제로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발표했다"며 "입덧이 아주 심해도 임신 중 체중 증가가 어느 정도 있다면 입덧으로 인해 태아에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고요.
무조건 버티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데요. 입덧이 너무 지나치면 급성 신기능 부전이나 식도파열, 기흉 등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전 교수와 곽 교수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입원을 해야 할 만큼 심각한 입덧을 경험한 산모'의 경우 조산이나 2.5kg 미만의 저체중아 발병 빈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입덧이 너무 심한 경우 약물 치료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전 교수는 "입덧이 가벼운 경우에는 적은 양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고, 구역 혹은 구토를 유발하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심한 경우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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