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감찰 무마' 조국 전 법무장관 재판서
당시 금융위 넘버 1ㆍ2, 법정 출석해 증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비위 의혹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을 받던 중 사표를 낸 것과 관련해 “유 전 시장 본인이 국회로 자리를 옮기려 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청와대 입장은 유 전 부시장의 사표 수리’라는 뜻을 금융위에 전달했다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진술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김미리)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같이 증언했다. 김 차관은 이날 “청와대 측으로부터 ‘유 전 부시장 사표를 받으라’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었던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감찰할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했다.
앞서 특감반은 2017년 10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에 돌입했다. 그러나 두 달 만인 같은 해 12월 감찰이 돌연 중단됐다. 유 전 부시장은 사표를 내고 금융위를 떠났고, 이듬해 4월 민주당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4개월 후쯤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를 두고 ‘특감반의 감찰 중단 과정이 석연치 않았고, 감찰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 백 전 비서관은 검찰 수사 당시 “금융위 측에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통보하고, 일종의 문책 조치로 ‘사표를 받으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김 차관은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유재수의 비위 의혹이 대부분 해소됐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금융정책국장 자리에 계속 있는 건 어렵겠으니 인사에 참고하라’는 모호한 말만 들었다”고 증언했다.
오히려 유 전 부시장의 사표 수리는 본인의 희망대로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기 위한 ‘필요적 절차’였다는 게 김 차관의 설명이다. 그는 “백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 본인이 수석전문위원을 희망하는데 보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이견이 없다’는 말을 듣고 사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전 위원장 역시 ‘청와대 입장은 사표 수리’라는 말은 전해 듣지 못했고, ‘인사에 참고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에서 (유 전 부시장을) 징계하라는 뜻이었다면, (청와대에서) 분명 그 내용을 적시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 ‘인사상 불이익을 주라’는 뜻으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증언들은 검찰 입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첩보를 입수했으면서도 이를 무마하고 정상적 감찰을 벌이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조 전 장관 측의 변호인은 “최 전 위원장이 ‘사소한 문제’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데, 청와대 이야기를 전한 김 차관은 해당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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