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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두 번 속나"... 與 지지율, 충청서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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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두 번 속나"... 與 지지율, 충청서도 흔들린다

입력
2020.08.18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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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며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며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충청 민심마저 여당에서 이탈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달 제기한 '행정수도 완성' 어젠다에 충청권 유권자들이 그다지 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충청 지역 지지율은 21대 총선 직후인 올해 5월과 6월 각각 평균 46%, 45%에 달했다. 이달 4~6일 실시한 같은 조사에선 32%까지 떨어졌다. 이내 반등세를 보이긴 했지만, 민심이 흔들리는 징후는 뚜렷하다.

충청 표심은 지난 총선에서 전체 지역 의석 28개 중 20개를 민주당에 안겼다. 2017년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고향인 부산(38.3%)ㆍ울산(37.1%)ㆍ경남(34.9%)보다 충남(40.2%)과 충북(38.9%)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런 민심이 총선 4개월만에 흔들리는 것은 여권엔 비상 신호다.


2주만에 잠잠해진 행정수도 ‘태풍’

행정수도 이전론의 '정치적 효과'는 지속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명났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세종시 행정수도를 완성하겠다"고 천명했다. 부동산 대책 실기로 수도권 민심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충청 민심부터 꽉 잡기 위한 묘안인 듯 보였다. 충청은 대선과 총선의 승부를 가르는 '스윙 보트'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 충청 지역 지지율, 충청권 내 행정수도 찬반 의견.

더불어민주당 충청 지역 지지율, 충청권 내 행정수도 찬반 의견.


초기 효과는 분명 있었다. 김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제안이 민심에 제대로 반영되기 전인 7월 21~23일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의 충청권 지지율은 37%였다. 같은 달 28~30일 조사에선 48%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여당 지지율의 전국적 하락세 앞에 행정수도는 방파제가 되지 못했다. 일주일 만인 8월 4~6일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의 충청권 지지율은 32%로 내려앉았다. 21대 총선 전인 올해 2월(39%)과 3월(34%)보다 낮은 수치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된다. 충청권 민주당 지지율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 직후 소폭으로 올랐다가 이후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충청권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달 20~24일 37.1%로 전주에 비해 1.3%포인트 올랐으나, 같은 달 27~31일 조사에선 34%, 이달 10~14일 조사에선 32.7%로 나타났다.

행정수도 반색 않는 충청... 호남보다 '덜 찬성'

이 같은 상황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충청권 여론이 예전만큼 호의적이지 않은 탓이다.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 제시한 이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반응이 뜨거웠다. 당시 정부가 '행정수도건설 특별조치법'을 발의한 직후인 2003년 12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충청권의 세종시 이전 찬성 응답은 87%에 달했다. 올해 7월 한국갤럽이 같은 내용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충청권의 찬성 응답은 57%에 불과했다.

기대가 끝내 좌절된 과거의 경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30%포인트의 격차를 만들었다. 호남권의 찬성 응답이 2003년 58%에서 올해 67%로 증가한 점과 대조적이다.

우원식(오른쪽) 민주당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 서울 지역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박범계 부단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원식(오른쪽) 민주당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 서울 지역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박범계 부단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충청권의 민주당 초선 의원은 “세종에 행정수도가 만들어지면 충청권이 엄청난 메리트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평가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012년 행정기관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 이후 세종시가 이익을 독점했다는 지역 민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현상이 세종시의 충청권 인구 ‘흡수’다. 세종시는 인구 10만여명의 작은 도시에서 올해 6월 기준 35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로 급성장했다. 대전세종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세종시 인구 이동 특성과 정책방향 연구’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간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전입한 인구는 6만 4,365명으로, 같은 기간 대전에서 세종시로 전입한 인구(6만 9,945명)보다 적었다.


"충청, 뒤집어진다" vs "진보 성향 여전"

충청 민심 이반의 여파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해졌어도 여당 지지세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충청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호남 다음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게 표출되는 지역"이라며 "행정수도 이전 이슈의 파괴력은 줄었으나, 근본적인 민심 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충청의 민심 이반이 본격화됐고, 여파가 대통령 선거나 지방 선거로 이어질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홍문표 통합당 의원은 "충청권의 행정수도 찬성률이 낮아진 건 정부 정책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는 주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일단 '속았다'는 반응이 퍼지면 다른 지역보다 큰 응집력을 보이는 게 충청 민심"이라고 말했다.

※상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ㆍ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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