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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침략전쟁 반성' 외면… 아베 "적극적 평화주의" 공허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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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침략전쟁 반성' 외면… 아베 "적극적 평화주의" 공허한 주장

입력
2020.08.16 21:00
수정
2020.08.17 00: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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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75년 연설 '역사의 교훈' 표현마저 없어
각료 4명 야스쿠니 참배… "韓中 문제삼을 일 아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닛폰부도칸에서 열린 종전 75주년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밝히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8년째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을 거론하지 않은 채 '적극적 평화주의'를 처음 언급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닛폰부도칸에서 열린 종전 75주년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밝히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8년째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을 거론하지 않은 채 '적극적 평화주의'를 처음 언급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종전(일본 패전) 75주년 기념일인 15일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을 거론하지 않은 채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장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는 2016년 이후 4년 만에 현직 각료 4명이 참배했다. 어두운 과거를 외면하고 있는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 후퇴를 드러낸 것으로, 지난해에 이어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을 밝힌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닛폰부도칸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적극적 평화주의 기치 아래 국제사회와 손잡고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 해결에 지금 이상으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처음 언급된 적극적 평화주의는 2013년 아베 정권이 위헌 논란 속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안보법안 추진 당시 사용한 표현이다. 최근 아베 정권이 추진 중인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의와 연결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반면 역대 총리들의 강조해 온 침략전쟁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2차 정권 출범 후 8년째 입을 닫고 있다. ‘부전(不戰ㆍ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의 맹세’도 한때 거론하지 않다가 2015년부터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올해에는 ‘역사와 겸허히 마주하겠다’ ‘역사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긴다’ 등의 표현마저 자취를 감췄다. 2015년 아베 담화에서 “후손들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할 수 없다”고 밝힌 후 역사수정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우익단체들이 종전 기념일인 15일 욱일기를 들고 태평양전쟁 당시 군복 차림으로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를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대동아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다' '대동아전쟁은 성전이다' 등 시대착오적인 주장하며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우익단체들이 종전 기념일인 15일 욱일기를 들고 태평양전쟁 당시 군복 차림으로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를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대동아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다' '대동아전쟁은 성전이다' 등 시대착오적인 주장하며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다. 도쿄=AP 연합뉴스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으니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주변국을 향한 배려도 사라지고 있다. 이날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장관 등 현직 각료 4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1ㆍ2차 아베 정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다.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영토담당장관은 참배 후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과 관련한 질문에 “한국이나 중국에서 할 얘기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참배 대신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 비용을 납부했다.

욱일기와 일본국기를 앞세운 우익단체들도 이날 오전부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일부는 태평양전쟁 당시 군복차림에 일본도와 총을 들고 있었으며 시민들과 기념촬영도 했다. 주변에는 ‘대동아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다’ ‘대동아전쟁은 성전(聖戰)’ 등의 주장을 담은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었다. 이들은 신사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생중계된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왕의 기념사가 끝나자 “천황 폐하 만세”를 삼창(三唱)하는 등 군국주의 향수에 빠진 모습이었다.

한편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전후 오랜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면서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서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일왕이 전몰자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을 언급한 것은 상왕 아키히토(明仁) 일왕 재임 시인 2015년부터다. 지난해 5월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도 아버지의 평화주의를 계승하고 있는 셈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식민지배를 공식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논평을 내고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일본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이라며 아베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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