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주자간 미묘한 입장차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인사 국립현충원 파묘(破墓ㆍ무덤을 파냄)’ 주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간 반응이 다소 달랐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국립현충원에는 친일 군인을 비롯한 반민족 인사 69명이 안장돼 있다”며 이들에 대한 파묘를 주장했다.
먼저 이낙연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일파 파묘’ 주장과 관련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다수가 현저한 친일파는 이장하는 게 옳다고 보고 있다. 단지 그 대상이 누구냐에 약간 (의견들이) 들쭉날쭉하다”며 “대상의 선정이나 접근 방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당권경쟁 중인 이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단지 김 회장의 주장뿐 아니라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도 제기되는 ‘파묘' 주장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권칠승ㆍ김홍걸 의원은 21대 국회 들어 국립묘지에 안치된 친일 인사의 묘를 강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친일파 파묘법’ 공청회를 열고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정신적 가치를 재확립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파묘)는 워낙 많은 논란이 있다. 아직은 논의하기에 이른 것 같다”고 신중론을 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김원웅 회장 때문에 확대된 것 같은데, 그럼에도 집권당의 책무는 코로나19로 빚어진 경제회복, 당면한 코로나19 재확산 예방에 역량을 총결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웅 감싼 이낙연, “웬 호들갑?”… 김부겸은 “국민통합 고려해야”
앞서 김 회장은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 “민족의 미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해 존재하는 세력” 등의 주장을 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이런 김 회장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입장을 조금씩 달리 했다. 이 의원은 “개개인의 (친일파 논란)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친일 잔재 청산을 충분히 못 한 채로 지금까지 왔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것을 차분하게 따져보지 않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또 웬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반면 김 전 의원은 “광복절을 계기로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표현에 있어서 국민통합 관점을 더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박주민 의원은 지난 15일 김 회장을 만나 “광복절 축사 말씀을 깊이 새기고 있다"고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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