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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장 발언에 재조명되는 “친일 이승만, 친나치 안익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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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장 발언에 재조명되는 “친일 이승만, 친나치 안익태”

입력
2020.08.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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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 생전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익태 생전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작곡가 안익태를 꼬집어 “민족 반역자”라고 지칭하면서 이들에 관한 친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축사에서 최근 광복회가 독일 정부로부터 안익태의 친일ㆍ친(親)나치 관련 자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안익태가 베를린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 연주회를 지휘하는 영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안익태의 친일 행적에 이어 친나치 행적은 최근 들어 새롭게 제기된 논란이다. 지난해 책 ‘안익태 케이스’를 낸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독일 연방문서보관소에서 찾은 자료를 바탕으로 안익태의 친나치 행적을 고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안익태는 1942년 9월 베를린에서 열린 만주국 건국 10주년 경축 음악회를 지휘했다. 만주국은 일본이 만주사변 직후부터 만주 지역에 세운 괴뢰국으로, 일본의 제국주의 통치를 상징하는 식민지 유형의 하나다. 이때 연주된 ‘만주국 환상곡’의 피날레가 바로 애국가다.


이 교수는 이어 일본 정보기관의 유럽 첩보망 총책이었던 에하라 고이치가 안익태의 실질적 후견인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한편, 1943년 안익태가 조선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독일로부터 발부받은 제국 음악원 회원증에 ‘정치적으로 아무 하자 없음’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음에 주목했다. 나치가 자신들과 같은 편이라고 인증한 셈으로, 안익태의 유럽 활동이 사실상 일본 제국주의와 나치 독일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활동이었다는 것이다.

안익태는 일왕을 찬양하는 음악을 만드는 등 친일 이력이 드라나면서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됐다. 이에 대한 반발도 있다. 김형석 안익태기념재단 연구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안익태 선생의 친일은 근거 없는 억지"라며 "만주환상곡 작곡과 지휘는 사실이었지만 당시 일제하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제국 음악원 회원증도 독일에서 지휘자 겸 작곡가로 일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원웅 회장은 축사에서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독부 이승만 평전’을 쓴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은 1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으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은 너무 많이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반민특위를 습격해서 없애버린 것”이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해방된 국가치고 반민족 행위자를 처리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김 회장의 발언을 일부 지지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15일 광복절 기념축사 발언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김원웅 광복회장의 15일 광복절 기념축사 발언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김 전 관장은 그러면서 “진보 보수, 좌파 우파 논리를 떠나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3ㆍ1운동과 4ㆍ19 민주정신을 잇는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몰고 가는 일부 정치권의 인식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라며 김 회장의 발언을 비판한 일부 야당 인사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했다'는 김 회장의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일부 친일파를 기용한 것은 사실이나 친일파와 결탁해 반민특위를 무력화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친일 청산을 잘 했다는 주장도 있다. 보수 역사학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두루 기용해야 했기 때문에 행정 분야에 친일파가 포함되는 것은 불가피했다"며 "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최대한 동원하려 했고, 불가피하게 죄악이 심한 사람들만 처벌하는 온건한 정책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학계에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진중권 전 교수는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백선엽처럼 친일을 했으나 한국전쟁에서 공을 세운 이들, 김원봉처럼 독립운동을 했으나 북한정권 출범에 도움을 준 이들처럼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명과 암의 이중 규정을 받는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역사와 보훈의 문제를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 논의는 역사학계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 출신에 광주학살의 원흉들에게 부역한 전력이 있는 분이 어떻게 '광복회장'을 할 수가 있나"라며 "역사를 바로 세우려면 친일파들은 물론이고 군부독재, 학살정권의 부역자들도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고 김 회장을 공격하기도 했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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