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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공룡들 '기업쇼핑'에 매진… 현금부자 삼성은 '사법리스크'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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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공룡들 '기업쇼핑'에 매진… 현금부자 삼성은 '사법리스크'에 발목

입력
2020.08.20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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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대 IT기업, 상반기 M&A 27건 무더기 성사
삼성전자는 넉넉한 '실탄' 보유하고도 1건에 그쳐
"자금도 청사진도 있는데… 결정내릴 여유가 없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게양된 삼성전자 사기. 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게양된 삼성전자 사기. 연합뉴스

글로벌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계 경제를 가라앉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IT산업엔 호황을 선사하는 역설적 상황을 놓치지 않고 넉넉해진 보유자금을 '기업 쇼핑'에 쏟아부으며 코로나 이후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들 경쟁사에 못잖은 112조원의 여윳돈을 확보하고도 M&A 시장에서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회사 안팎에선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장기간의 수사와 재판에 파묻혀 최종 결정권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현실이 실기(失期)의 주요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GAFAM 상반기 인수합병, 전년비 30% 증가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의 회사명 앞글자를 딴 조어)'이라 불리는 미국 5대 IT기업이 올해 상반기 타결한 M&A 협상은 총 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건) 대비 35% 급증했다. 지난 1월 미국 통신망 설계기업 텔레월드솔루션즈를 인수한 것이 상반기 M&A 실적의 전부였던 삼성전자와는 뚜렷이 대비되는 흐름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직접적 경쟁관계에 있는 애플만 해도 지난해 인텔로부터 모바일 모뎀 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인공지능(AI) 업체 2곳과 가상현실(VR) 업체, 날씨 예측 업체를 사들였다. 업계에선 피인수기업 목록을 통해 초대형 IT 기업들의 미래 주력사업도 가늠하고 있다. 애플은 AI, 구글은 클라우드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MS)는 5세대(5G) 통신 기반 엣지컴퓨팅에 각각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의 M&A 원동력은 막강한 자금력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현금 보유액 상위 5개 기업 가운데 워렌 버핏의 투자기업 버크셔해서웨이(2위, 1,280억달러)를 제외한 4곳이 IT 기업이었다. MS가 1,343억달러(158조6,500억원)로 가장 많고 이어 알파벳(구글 모회사, 1,197억달러), 애플(1,072억달러), 아마존(550억달러) 순이다. 이들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GAFAM 기업의 주가(18일 기준)는 연초 대비 최저 16.2%(알파벳), 최고 79.3%(아마존)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4.7% 상승에 그쳤다.

주요 IT기업 현금 보유액 및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 실적 그래픽=강준구 기자

주요 IT기업 현금 보유액 및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 실적 그래픽=강준구 기자


돈도 청사진도 있는 삼성, 머뭇대는 이유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부품) 사업 강화를 위해 미국 하만을 9조원대에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한 이후 4년 가까이 이렇다 할 인수합병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인수 필요성은 충분히 피력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도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며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 부회장이 재작년 8월 AI, 5G, 바이오, 전장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제시하고 향후 3년간 25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기업 인수를 위한 청사진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실탄도 넉넉하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112조1,522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결국 '결단의 부재'가 이런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이 새로운 성장 분야를 개척하려면 실패 위험이 따르는 만큼 오너 경영자의 깊은 고민과 결단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최순실 사태' 이래 계속되고 있는 법적 리스크 때문에 이 부회장이 경영상 중대 사안에 신경쓸 만한 여유가 부족한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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