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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무비자 입국 되는데… 경유편 탑승 막는 항공사?

입력
2020.08.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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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항공, 이스탄불서 승객들 경유 못하게 막아
피해자 "직원들도 이유 모르면서 무작정 환승 막아"
현지 대사관 "환승 가능한 지 미리 확답 받아 놓아야"

3월 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터키항공 카운터 안내판이 보이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3월 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터키항공 카운터 안내판이 보이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한국인은 입국이 안 된다고요? 무비자 입국 된다고요!"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국가인데도 입국을 못 할 수가 있다고요? 그 국가에서 '한국인은 와도 된다'고 천명한 건데, 과연 그 누가 이를 제지할 수 있는 걸까요. 국가 위에 국가라도 있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이런 황당한 경험은 실제 상황입니다. 그것도 여러 명씩이나요. A씨는 이달 초 터키항공을 타고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프랑스로 가려다가 이스탄불 현지 공항에서 탑승이 거절됐습니다. 공항 내 단순 환승이었고, 프랑스 당국의 한국인 무비자 규정까지 모두 확인하고 갔는데, 터키항공에서 '턱'하니 입국을 막은 거에요.

이스탄불은 카타르 도하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유럽 국가를 가려는 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경유지로 알려져 있는데요. 해외 출국자가 아무리 줄었다지만, '남의 일'로만 여기기엔 어려워 보이죠?

터키항공은 왜 그런 건가요?

내막을 들여다보면 황당 그 자체입니다. 현지 직원 누군가는 "한국인이라서 입국을 못 한다"며 입국을 막았고, 또 다른 직원은 "비자가 없어서 안 된다"고 했다고 해요. 여기서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체크인 카운터에서는 오히려 A씨에게 "당신은 프랑스에 갈 수 있는데 왜 여기있냐"고 반문했다는 거에요. 터키항공 측이 정확한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채 무작정 탑승을 막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주이스탄불 대한민국 총영사관(총영사관)에 따르면 그간 최종 목적 국가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한 사례가 있지만,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도 항공사 측 실수로 시스템에 입국 가능 국가 정보 입력이 누락돼 탑승이 불허되기도 한다고 하네요.

한국일보가 외교부와 주한 프랑스 대사관 등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A씨는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했던 게 맞습니다. 터키항공 인천공항지점 직원들도 이 사실을 인정하며 A씨에게 사과했고요. 결국, 터키항공의 이유없는 제지 탓에 프랑스에 가지도 못한 채 프랑스 왕복 비행기값에 경유지 숙소비, 한국행 비행기값 등을 추가로 지불했고, 국내에 돌아와 자가격리를 하는 신세가 됐어요. 보기만 해도 억울하죠.

이런 일 겪은 게 여려명 이라고요?

A씨가 터키 이스탄불 현지 공항에서 연결편 탑승을 거부당한 8월 초 이스탄불 공항 내 터키항공 발권데스크가 항의하는 승객들로 가득 차 있다. A씨 제공

A씨가 터키 이스탄불 현지 공항에서 연결편 탑승을 거부당한 8월 초 이스탄불 공항 내 터키항공 발권데스크가 항의하는 승객들로 가득 차 있다. A씨 제공

네, 맞아요. 회원수만 20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유럽 여행 커뮤니티 '유랑'에서는 A씨와 비슷한 일을 겪은 이들의 하소연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지난달 프랑스로 출장을 가려던 B씨도 이스탄불에서 경유하는 과정에서 터키항공으로부터 탑승을 거부당했다고 해요. B씨는 연결편 탑승을 앞두고 "한국인은 무비자로 (프랑스에) 입국할 수 없고, 규정이 바뀌었다"는 설명을 들었다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뀌지도 않은 규정을 바뀌었다고 말하면서 탑승을 거부한 상황이에요. 다행히 B씨는 총영사관의 도움을 받아 8시간이 지난 후에 프랑스에 갈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8시간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요.

B씨뿐만이 아닙니다 C씨도 똑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어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데도 환승지에서 연결편 탑승을 거부당했고, 대사관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야 그 다음 비행기를 탑승할 수 있었다고 해요.

유랑 카페에 올라온 터키 항공 관련 게시물들. 유랑 카페 캡처

유랑 카페에 올라온 터키 항공 관련 게시물들. 유랑 카페 캡처

이처럼 최근 터키항공을 타고 유럽을 가려다 환승지에서 항공기 탑승이 거절된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요. B씨와 C씨처럼 뒤늦게라도 탑승을 허용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A씨처럼 도움을 받지 못해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 와야 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정은 일정대로 망치고, 돈은 돈대로 쓰고 게다가 자가격리까지 하고. 소비자가 뿔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에요.

게다가 아직까지 터키항공은 뚜렷한 보상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A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터키항공의 실수로 (탑승을) 막은 것도 모자라 피해자가 많았는데도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며 "피해 사례가 계속되는데도 (터키항공은) 항공권을 계속 팔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오죽하면 일부 피해자들은 집단 대응까지도 논의하는 단계입니다. 한국일보가 터키항공 측에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혀달라 요구했으나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일주일이 넘도록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상황입니다.

환승 피해 최소화 하려면 어떻게?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항공기 승객들이 지역별 격리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항공기 승객들이 지역별 격리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아마 최근 해외에 가려는 분들은 대부분 특정 국가의 무비자 입국 가능 여부를 확인할 텐데요. 한국 내 해당 국가 대사관이나 현지 한국 대사관 등을 통해 사전에 확인했더라도 경유지에서 환승을 막으면 뾰족한 수가 없는 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현지 대사관, 총영사관이겠죠? 이에 한국일보가 총영사관에 이메일을 보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물었는데요. 총영사관은 이스탄불 공항에서 항공기 탑승이 불허될 경우 총영사관 비상전화(+90-534-053-3849)로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라고 조언해왔습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이메일 회신에서 "우리 국민이 도착 국가에 입국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항공사에 강력히 피력하고, 필요시 공항 경찰, 외항사 등 총영사관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우리 국민이 다음 항공편으로 탑승이 가능하도록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B씨와 C씨의 사례처럼 대사관과 총영사관의 설명을 항공사에서 수긍하고 탑승을 허용하면 다행이지만, 그 어떠한 규정을 제시해도 거부한다면 A씨처럼 꼼짝없이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거죠.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에서 도움은 줄 수 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거에요.

이에 대해 한 유럽 국가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탑승을 제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사관에서 도와주기 어렵다"며 "사전에 항공사에 환승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해달라"고 밝혔는데요. 항공사를 선택할 때 후기를 잘 살펴보고, 외항사를 탑승하게 될 경우 한국지사는 물론 본사, 현지 지사 등에도 메일로 경유 여부를 확답받고 이 내용을 지참해 이용해야겠네요.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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