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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건 기록 복사하는 데 2,800만원? 위헌소송 간 '패트 CCTV'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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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 사건 기록 복사하는 데 2,800만원? 위헌소송 간 '패트 CCTV' 공방

입력
2020.08.20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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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기소된 박주민 의원, 헌법소원심판 청구
"검찰 증거 열람ㆍ등사 수수료 기준 너무 높다" 주장

서울 재동헌법재판소에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울 재동헌법재판소에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홍인기 기자

형사 사건에서 검사가 확보한 영상 증거물을 확인하는 것은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있어 필수적인 절차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복사하는 데 수천만원의 비용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측이 확보하려는 전체 영상 증거 열람ㆍ등사(복사) 수수료가 무려 2,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기소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를 변호하는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ㆍ김선휴 변호사는 14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검찰 사건기록 열람ㆍ등사 신청인이 내야 할 수수료를 정한 ‘사건기록 열람ㆍ등사의 방법 및 수수료 등에 관한 규칙’(법무부령) 제8조, 그리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행정안전부령) 제7조 중 전자파일 복제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였다. 이 규정들에 대해 헌재가 심리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패스트트랙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국회 폐쇄회로(CC)TV 화면 등 영상 증거물의 용량은 총 3.78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메가바이트(MB)로 치면 약 396만MB 분량이다. 박 의원 측은 당초 검찰이 공소 유지에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한 게 아닌지 따져보기 위해 전체 파일 열람ㆍ등사를 신청하려 했다. 그런데 전체 파일에 대한 수수료가 약 2,800만원에 이르렀다. 너무 큰 액수여서 복사가 불가능했다. 당장 변론에 필요한 영상만 특정해 신청했으나, 그마저도 154만원이라는 비용이 들었다. 박 의원 측이 “비현실적인 수수료 기준 탓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기본권이 침해된다”면서 위헌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실제로 문제의 조항들을 보면, 검찰 전자 기록 복사를 위해 필요한 수수료는 ‘1건(700MB 기준)당 5,000원, 700MB 초과시 350MB마다 2,500원’으로 정해져 있다. 법원에 같은 용량 자료를 신청할 때 드는 수수료의 10배 수준이다. 대법원 규칙으로 기준을 따로 정한 법원과는 달리, 검찰 사건기록 열람ㆍ등사에는 다른 행정기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의 수수료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는 탓이다.

이러한 근거에는 ‘기록 복사에 비용이 드는 만큼 수수료를 받아 국고에 귀속시킨다’는 논리가 있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전자파일 저장매체로 CD가 쓰인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이동식저장장치(USB)나 외장하드디스크 등의 저장 매체에 대용량 파일 복제가 가능해졌고, 이를 옮기는 데 담당 공무원의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고 주장한다. 또 ‘국가의 형벌권 남용 방지’ 등을 위해 적극 보장해 줘야 할 수사기록 열람ㆍ등사를 통상의 정보공개청구와 동일선상에 놓아서도 안 된다고 설명한다.

물론 최근 법무부가 “형사사법절차를 전자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온라인을 통해 사건 기록을 발급받게 되면 열람ㆍ등사 수수료도 크게 줄어들 공산이 크다. 하지만 양 변호사는 “제도 구축까지 적어도 4년은 걸릴 텐데, 대용량 증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그때까지는 기본권 침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구인들은 또 헌재 결정 전까지 문제의 조항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헌재는 이 헌법소원의 적합성을 살펴보기 위한 사전 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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