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가 공동으로 뜨거운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본다.
지난 18일 서울 창덕여중 수학 수업을 참관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사가 질문을 던졌다. “함수를 잘 사용하면 미래의 일이 예측 가능합니다. 대통령님은 미래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나요.” 문 대통령은 “제일 현안인 부동산에 대해”라고 답했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수직 추락시킨 부동산 문제 해결방안이 지금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이라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부동산의 미래를 수요와 공급의 함수관계로 깔끔하게 예측할 수 있는 수학 공식은 불행히도 아직 없는 듯하다. 그런 공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런 불만을 줄여주려는 노력만이 유효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향한 민심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봤다.
국민 분노는 공직자 이중적 태도에 집중
현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여러 이슈에 대한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2019년 1월 이후 뉴스 댓글을 분석했다.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ㆍ소장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가 여론조사기관 닐슨미디어코리아의 버즈워드 분석도구를 활용해 네이버와 다음에서 부동산 관련 뉴스 댓글을 추출한 후, 감성분석(sentimental analysis)을 통해 부정적 의견과 긍정적 의견의 수 및 상대적 비중을 측정했다.
댓글은 전반적으로 부정적 의견이 긍정적 의견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불만과 함께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이 훨씬 많았다. 특히 부정적 의견의 댓글은 지난 6월 이후 급증했다. 부정적 댓글이 가장 많이 쏟아진 날은 7월 7일이었다. 다주택자인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처신과 관련된 소식이 주요 뉴스로 다뤄진 날이다. 또 7월 18일에도 부정적 의견이 급증했는데, TV토론에 출연했던 여당 의원이 방송 종료 후 출연자끼리 대화하며 “그런다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겠느냐”고 한 말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들 분노를 불러온 것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두 사안은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이해 당사자다. 그래서 모두가 만족할 정책 마련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국민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배영 ISDS 부소장(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은 “부동산과 관련한 국민들의 분노는 오르는 집값보다는 이중적 태도를 가진 공직자들의 민낯이 드러나며 폭증했다”며 “정책의 실패보다는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공직자들이 얼마나 겉과 속이 다른지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정책이 정치ㆍ이념 문제로 비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와 민심의 반응은 어떠한가. ISDS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시스템을 이용해 2018년 1월부터 최근까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생산된 기사 건수의 추이를 살펴봤다. 부동산, 그중에서도 주택 관련 대책의 전반적인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11개 종합 일간지에서 ‘부동산’과 ‘정책’이 포함된 기사 중 ‘주택’이나 ‘아파트’를 키워드로 추출했다. 기간 내 분석 대상으로 추출된 총 기사 건수는 약 9,900건이었다. 2018년 9월과 2019년 12월에 잠깐씩 증가 양상을 보인 기사 건수는 2020년 7월 갑자기 급증했다. 2018년 9월에는 갭투자를 규제하기 위해 고가주택 세율을 인상하고, 대출을 제한하며, 양도세 비과세 기준도 강화하는 등 금융규제(9ㆍ13대책)와 함께 수도권 지역에 주택 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9ㆍ21대책에 대한 기사가 주 내용이었다. 2019년 12월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 총 30개에 달하는 종합 규제 방안(12ㆍ16대책)이 발표됐다. 2020년 7월은 임대차 3법의 입법과 함께 행정수도의 이전 논의를 포함해 다양한 대책이 쏟아진 시기이다.
정부의 정책을 언론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전체 기사에서 80개의 토픽을 추출하고, 이를 규제 정책과 공급 정책으로 묶어 군집(cluster)분석을 실시했다. 두 가지 흐름이 관찰됐다. 우선 공급 관련 정책에 대한 기사보다는 규제 관련 기사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 물론 현 정부 정책이 공급보다는 규제에 더 무게를 실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공급 정책은 수년 후에 효과가 나타나고 규제는 당장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이 규제에 쏠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공급 관련 기사보다는 규제 관련 기사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더 높았던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보도 관행과 독자의 수용 태도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시장과의 전쟁’이라는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이제까지 부동산 기사는 정부의 대책을 설명하고 그 영향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런데 지난 7월 이후 부동산 관련 기사는 건수가 많이 늘어나면서 정책 관련 기사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문제가 모든 정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으나, 부동산 정책이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이념의 문제로 변질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다수 관심은 양도세가 아니라 내집 마련
그렇다면 국민들이 부동산과 관련해 실제로 어떤 어려움 겪고 있고, 또 궁금해하는지를 주요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다음, 네이트에 올라온 지식검색을 통해 살펴봤다. 분석 대상 시기는 부동산 관련해 불만이 급증했던 지난 6월 이후로 한정했다. 지식검색은 일반 이용자들이 질문을 등록하면 다른 이용자가 응답해주고, 응답 중 가장 만족스러운 답변을 질문자가 채택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일반 이용자에 의해 답변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부동산과 관련한 질문이 가장 많이 나타난 시점은 7월 31일이었다. 여당 단독으로 임대차 3법에 대한 국회 통과가 이루어진 직후였는데,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내용과 시행 시기에 대한 문의를 중심으로 총 946개의 질문이 나타났다. 다음으로 많은 질문이 나타난 때는 8월 4일로 서울과 수도권의 추가주택 공급과 재건축 완화 대책이 발표된 직후였다.
전체 분석 기간 중 지식검색의 질문 내용을 살펴보니, ‘전세’와 ‘대출’, ‘아파트’ ‘전세대출’ ‘은행’ 등이 가장 빈번하게 출현했다. 언론이 가장 관심 깊게 다룬 ‘갭투자’나 ‘양도세’는 그보다 한참 밑에 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대다수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다주택자 투기 이익 환수가 아니라 내집 마련 꿈을 이루기 위한 길목에서 필요한 대출과 전세 관련 정책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특정 지역의 수요를 억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첩첩이 쌓아 올린 규제는 늘 이를 뛰어 넘으려는 수요에 의해 무력화했고, 실패가 거듭되면서 부동산 정책은 갈 길을 잃었다.
이제는 주택 정책의 목표를 포기 직전에 내몰린 내집 마련의 꿈을 되살리는 것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급변하는 거주행태와 가족 구성에 맞춘 창의적 공급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주거 환경은 분명 이전과 다른 고려가 필요하다.
한국일보-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공동기획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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