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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로 둔갑시키려는 거지?” 전화 뚝… 애타는 동선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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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로 둔갑시키려는 거지?” 전화 뚝… 애타는 동선 추적

입력
2020.08.20 16:05
수정
2020.08.20 16: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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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 신도 700명이 연락 두절ㆍ검사 거부
집단감염 여파로 역학조사가 확진자 속도 못따라가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성북구 코로나19 비상방역대책본부에서 코로나19 검사 안내, 역학조사 및 유증상자 관리 업무 등으로 인해 업무량이 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성북구 코로나19 비상방역대책본부에서 코로나19 검사 안내, 역학조사 및 유증상자 관리 업무 등으로 인해 업무량이 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가 왜 당신들에게 내 정보를 알려줘야 해? 애먼 사람 검사 받게 해놓고 확진자로 둔갑시키려는 거지?”

광복절 광화문 집회가 끝난 뒤 서울시 역학조사관은 사랑제일교회 교인 김모씨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보라며 전화를 걸었지만, 항의에 가까운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 방역당국이 교회에서 받은 교인명부를 통해 연락을 취한 것임에도, 김씨는 “무차별적로 검사를 강요하는 정부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화를 내더니 끝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확진자 동선을 신속하게 파악해야 하는 방역당국의 업무 부하도 급증하고 있다. 확진자 증가 추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자 일선 보건소와 구청은 확진자의 과거 동선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에 반감이 큰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의 비협조도 동선 추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방역 성패 좌우할 동선추적이 늦어져

20일 한국일보가 서울시와 주요 구청 등에 확인한 결과, 12일 이후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 사태가 불거지면서 감염병 확산 방지에 가장 중요한 절차인 역학조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구청 관계자는 “불과 일주일 사이 우리 관내에서만 6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면서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119명인데 며칠만에 그 절반을 넘어선 수치라 감당이 안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각 구청과 보건소는 역학조사팀과 민원대응팀 인력을 2배 이상 늘렸음에도, 급속도로 증가하는 확진자 숫자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B구청 보건소 관계자는 “각 부서 인력을 차출해 역학조사팀을 20명에서 60명으로 증원했고, 민원 대응팀도 30명 정도 늘렸다"면서 "그럼에도 확진자 40명 가량에 대한 역학조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구청 사정도 마찬가지다. 역학조사는 △확진자와의 심층 문답을 통한 방문 장소 및 접촉자 파악 △폐쇄회로(CC)TV를 통한 동선 파악 △확진자 신용카드 결제 확인 △확진자가 만난 주변인 탐문 등의 절차로 이뤄지기 때문에, 확진자 한 사람당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날까지 확진자 20여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시작하지 못한 A구청은 “인력을 증원한 상황임에도 하루 최대 8~10명의 확진자에 대한 조사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C구청 관계자 역시 “확진자들의 동선이 하루 평균 50~60개에 달하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는 일에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검사도 안 받으려는 사랑제일교회 신도들

확진자 폭증보다 더 역학조사관들의 애를 먹이는 것은 일부 확진자들의 고의적인 비협조다. 20일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연락처가 확인되지 않거나 검사를 거부하는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700명에 달한다”면서 “경찰, 이동통신사와 협조해 연락처를 확보하고 이들에게 신속히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A구청 관계자는 “우리 구 관내에 사랑제일교회 교인 197명 중 63명만 진단검사를 받았고, 134명은 진단검사를 거부하거나 전화를 안 받고 있다”고 답했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검사를 거부한 채 거리를 배회하며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방역당국 협조를 거부하는 교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보건소와 구청은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일단은 진단검사를 독려하는 문자를 발송하고, 이후에도 계속 불응하면 경찰의 협조를 얻어 직접 방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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