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감독제ㆍ양성평등 처벌도 도입
노무 불안정성 높아져 대비책 시급
코트라 등 세미나ㆍ순회 강연? 도움
베트남이 내년부터 노동법을 개정해 복수노동조합 설립을 허용한다. ‘불시 근로감독제’도 신설되는 등 허점이 많던 노동법 체계를 대폭 손질하면서 값싼 노동력에 비해 허술한 법 체계의 혜택을 누려온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개정 노동법의 핵심은 복수노조 설립이다. 전통적으로 베트남 노조는 과거 사회주의 국영기업과 협동조합 아래서 태동해 사측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실제로 일부 직원들이 주도하는 태업 등 노동쟁의가 발생하면 노조가 나서 회사와 노동자들의 협상 가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복수노조가 생기면 반(反)기업 성향의 노동자 집단이 출범할 가능성이 커 한국 기업의 노무 관리 역시 불확실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재국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고용노동관은 “한국 기업들은 단위 노조와 정기적인 회의를 갖고 노사간 공식 채널을 더 늘려 노동자들의 불만 사항을 적극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노동법은 불시 근로감독제도 도입했다. 노동 당국이 사전통보 없이 각 사업장을 방문해 ‘준법경영’이 이뤄지고 있는지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 역시 우리 기업들에 현지인 노동시간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숙제를 안기고 있다. 개정법은 또 한국인 등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노동허가 연장을 과거 무제한에서 최대 2년 1회로 제한했으며, ‘직장 내 성희롱 방지 조약’ 등 양성평등 실현에 관한 처벌 조항도 새롭게 명시했다. 한국에서 인력을 파견할 시 장기 충원 계획을 세워야 하고, 국내에서처럼 양성평등 강화 방안을 베트남 사업장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들은 갑작스런 베트남의 노동법제 정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삼성, LG 등 대기업은 현지에 노무 대응팀이 있어 그나마 대비가 가능하지만, 8,000개가 넘는 중소기업의 경우 별도 노무 전문인력이 없어 정확한 정보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하노이 외곽 산업단지에서 부품 소재 생산 기업을 운영 중인 A씨는 “(법이) 바뀐다는 얘기만 들었지, 직종과 사업체 규모에 따라 어디까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현지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ㆍ코트라)는 21일 하노이에서 북부 지역 한국 기업인 약 150명을 대상으로 ‘베트남 개정노동법 대비 노무세미나’를 개최했다. 기업인들은 김유호 로투비 변호사로부터 개정 노동법의 법률적 의미와 내용 등을 경청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종섭 코트라 동남아대양주 지역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생한 한국 기업인들이 개정 노동법이라는 새로운 위기와 맞닥뜨렸다”며 “개별 기업 차원에서 철저한 실무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대사관도 개정법을 숙지하지 못한 베트남 지방 소개 한국기업들을 위해 순회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6월부터 시작된 강연회에는 베트남 17개 시와 성(省)에서 560개 기업이 참여했다. 내달에도 대사관은 빈증성 및 호찌민시 등 남부 지역 기업들을 찾아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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