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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이 마스크 벗으라고"... 국회 의원회관은 코로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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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이 마스크 벗으라고"... 국회 의원회관은 코로나 사각지대

입력
2020.08.24 12:00
수정
2020.08.24 15:3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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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보좌진들도 재택근무 등 적극 참여해달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집에 두 살 난 아이가 있다. 국회에서 불특정 다수와 스치거나 만날 일이 많아서 불안하다. 아내와 아이를 처가로 보낼 생각이다."

가족과 ‘생이별’ 하기로 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비서관 A씨 얘기다. 국회의원, 국회의원 보좌진, 민원인, 정부기관ㆍ기업 관계자, 기자들을 포함해 하루 평균 5,000여명이 출입하는 국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다. 국회는 방역 지침을 마련했지만, 국회 의원회관은 사각지대다. 보좌진의 재택 근무를 꺼려하는 의원들의 안이하거나 이기적인 인식 탓이 크다. 의원회관이 서울 지역 코로나 재확산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20일 모든 국회 기관과 부서에 ‘코로나19 확산 및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관련 회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인원에 대해 재택근무제 및 시차 출퇴근제(3부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의원 보좌진은 빠졌다. 2,400여명에 이르는 보좌진은 국회 소속이 아니다. 개별 의원들에게 '명줄'을 맡긴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다. 국회 사무처의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보좌진의 건강권을 챙기는 건 의원들의 몫이지만, 24일 현재 재택 근무를 허락한 의원실은 별로 없다.

민주당 소속 의원 수행 비서 B씨의 이야기. “의원님이 ‘차에서는 답답하니 마스크를 벗지 그러느냐. 마스크를 끼고 얘기하면 예의가 없어 보이는 면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결국 의원님과 함께 있을 땐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의원님이 하루에도 수십 명을 만나는데, 걱정이다.”

‘을’의 입장인 보좌진이 재택 근무 얘기를 꺼내기도 어렵다. 의원 보좌진은 의원의 말 한마디면 바로 해고된다. 다른 의원실 비서관 C씨의 전언. “재택 근무는커녕 화상회의 얘기조차 못 꺼낸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어서 여전히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한다. 의원회관은 코로나 무방비 지대다.”

의원회관엔 여전히 민원인이 오간다. 국회 방역 매뉴얼이 △회의실 수용 인원 축소 △출입자 발열체크 △세미나 및 토론회 참석자 사전 명단 제출 등의 수준이라, 출입 인원을 통제할 근거가 없는 탓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국회 본청이나 의원회관을 찾아오는 분들을 막기는 어렵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의원실도 재택근무 의무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게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국회 업무 시스템도 미비하다. 국회에선 각종 자료와 결재 서류를 국회 전자문서시스템으로 주고받는데, 국회 밖에선 접속할 수 없다. 보안 문제 때문이다. 보좌관 D씨는 "재택 근무를 하라는 건 정기국회와 10월 국정감사라는 연중 최대 행사를 앞두고 일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보완성을 높인 온라인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며 “국회 구성원 모두가 불필요한 의전과 관행을 버릴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보좌진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개별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 "각 의원실 보좌진에 대해서는 필수인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시차출퇴근 등 사무실 내 밀집도 최소화를 위한 조치게 적극 참여주굴 것을 간곡히 권유드린다"고 했다.


조소진 기자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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