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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어쩌나... 코로나19에 '명절 계획표' 걱정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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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어쩌나... 코로나19에 '명절 계획표' 걱정 커진다

입력
2020.08.23 16:27
수정
2020.08.2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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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한달 남았지만 벌초, 표 구하기 등 어쩌나 우려
"정부가 명절 이동금지 지침 내려달라" 요청도?
유통업계, e쿠폰 등 온라인 선물 비중 키워

추석인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IC 부근 상하행선이 정체를 빚으며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뉴스1

추석인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IC 부근 상하행선이 정체를 빚으며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뉴스1


'올 추석엔 시댁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 '명절 계획표'가 크게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연휴 기간 '민족 대이동'으로 확산세가 가속화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고향에 있는 가족을 방문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설 연휴 때는 확진자 수 10여명 정도로 감염의 파급력이 크지 않았지만, 전국 재유행이 현실화된 올 추석은 상황이 다르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특히 올 추석은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올해 가장 긴 연휴가 될 예정인데, 벌써부터 귀향 여부를 놓고 가족간 '눈치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생겼다. 기차표 예매, 명절 선물, 벌초 등 추석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혼란이 예상된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이는데…코로나19 어쩌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발령되면서 23일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발령되면서 23일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임신을 했거나 어린 자녀가 있는 주부들은 더 고민이 깊다.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확산해 비교적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과거 집단 감염 사태와는 달리, 이번에는 전국 17개 시·도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어느 때보다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사태, 이태원 클럽 사태 때는 확진자 대다수가 20~30대였으나, 최근 노년층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어르신들과 어린 자녀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가 더욱 부담스러워졌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첫 확진자 발생한 12일 이후 23일 0시 기준으로 60세 이상 확진자 비중은 32%(128명)를 기록했다. 12일 13%(7명)에서 19% 늘어난 수치다.

충남 세종시에 사는 직장인 이연숙(38)씨는 매년 명절마다 강원도에 있는 가족을 찾아갔지만, 올해는 귀향을 포기할까 고민 중이다. 추석까지 한 달 가량 남았지만, 23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 가까이 되면서 확산세가 좀처럼 잡힐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씨는 "수도권 확산 사태를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2명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온 친척과 어르신들까지 한 데 모일 것을 생각하니 무섭다"고 했다.

임신 6개월째인 주부 이모(33)씨는 "출산을 앞두고 서울에서 광주에 있는 시댁에 가기가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올해는 집에서 전화 통화로 시부모에게 안부 인사를 하고 싶다"며 "남편과 의논을 마쳤는데 시어머님에게 어떻게 말씀을 드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 사는 임신부 조모(31)씨도 "시댁이 집에서 1시간도 안 걸릴 정도로 가깝지만, 혹시 몰라 올해는 찾아뵙지 않기로 했다"며 "다른 지역에서 친척들이 모두 모일 텐데 조금이라도 감염의 위험성을 줄여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명절 이동 금지해달라"…정부 지침 요구도

17~1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글. 올 추석 때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지침을 내려 달라는 요청이 담겨 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17~1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글. 올 추석 때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지침을 내려 달라는 요청이 담겨 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 직접 명절 관련 지침을 내리길 바라는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다. 가족들끼리 눈치보고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면 명절 계획을 짜는 것이 수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맘카페에서는 "시댁에서 먼저 오지 말라고 배려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말씀이 전혀 없다", "어린 아이까지 있는데 남편이 '당연히 가야 한다'고 해 답답할 따름"이라는 고민글들이 쏟아졌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석 연휴 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제한 조치를 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코로나로 인해 이러한 명절 활동을 자제 하고 싶어도 주위 어른들, 부모들이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집이라면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명절 모임 참석을 강요 하는 예도 많다"며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정부에서 확실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 공익의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 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23일 기준 동의 수 1만5,000건을 넘겼다.

18일 또 다른 청원에서는 "지역감염, 깜깜이 확진자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데 이 상황에 벌초와 추석은 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라며 올해 만이라도 벌초와 추석 명절 모임을 없애거나 지역이동 제한을 걸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추석 선물은 '모바일 쿠폰'으로…첫 '비대면 명절' 되나

2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채소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2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채소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올 추석이 '비대면 명절'이 될 조짐은 이미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직장인 구모(37)씨는 "내 감염 위험보다는, 서울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데 구순이 넘은 할아버지가 있는 논산까지 가는 것이 죄송스러워졌다"며 "직접 찾아뵙는 대신 온라인 구매를 통해 고급스러운 명절 선물을 보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국철도(코레일), 유통 업계 등에서도 저마다 비대면 트렌드를 대비해 올 추석 풍경은 예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내달 초 추석 예매표 온라인과 현장 예매 비율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온라인 예매를 100%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모바일에서 사용 가능한 'e쿠폰'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ON(온)'은 고객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석 선물 트렌드 조사' 결과 응답자의 50.1%가 이번 추석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e쿠폰을 꼽았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온은 올해 추석 상품 중 롯데 계열사의 모바일 상품권과 기프트콘 등 e쿠폰 상품을 강화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판매에 주력했던 유통 공룡들의 비대면 강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온라인 수요가 늘 것을 대비해 온라인몰에서만 구매 가능한 선물세트 상품을 지난해보다 70% 확대했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선물세트 상품을 지난해보다 30% 늘렸으며,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해 명절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지난해보다 열흘 앞당긴 14일 진행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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