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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할 타령하다… '지하철 묻지마 폭행' 한달 만에야 피의자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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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관할 타령하다… '지하철 묻지마 폭행' 한달 만에야 피의자 파악

입력
2020.08.25 11:41
수정
2020.08.26 00:4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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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꼬지마" 일면식 없는 여성 폭행
담당자 실수로 수사 지연, CCTV영상 삭제돼

폐쇄회로(CC)TV 이미지. 게티 이미지뱅크

폐쇄회로(CC)TV 이미지. 게티 이미지뱅크


평일 대낮에 서울 지하철에서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았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여성을 겨냥한 '묻지마 폭행'이 잇따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큰데, 이번 사건의 경우 담당 수사관의 실수로 수사가 지연되면서 경찰은 사건 발생 한 달 만에야 피의자 신상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달 19일 서울 지하철에서 처음 보는 여성 A씨를 때리고 달아난 남성 B씨를 이날 피의자로 특정하고 경찰서에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B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도림천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자리에 앉아 있던 A씨에게 "다리를 꼬지 말라"며 A씨의 다리를 발로 찼다. 얼떨결에 발로 걷어차인 A씨가 "주변이나 앞자리 사람에게 발이 닿지도 않았는데 뭐가 문제냐"며 항의하자, B씨는 욕설을 하며 A씨의 어깨를 주먹으로 때렸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주변 승객들이 급히 A씨를 옆칸으로 옮겨줬고, 경황이 없던 A씨는 2호선 양천구청역에서 내린 뒤 인근 양천경찰서에 신고했다. 당시 열차에는 서 있는 승객이 2명 정도로 비교적 한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는 사건 당일 이뤄졌지만 정작 경찰 수사는 더디기만 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다. 사건을 접수받은 양천경찰서가 자기네들 관할이 아니라며 17일 뒤에 관할서인 구로경찰서로 사건을 넘기면서 수사가 지연된 탓이다. 긴급 처리를 요하는 범죄 수사는 3~5일 내에 사건 이송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관할서 지정이 늦어지면서 경찰이 핵심 증거를 확보하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뒤늦게 수사를 시작했을 땐 이미 가해자가 달아난 역으로 추정되는 2호선 까치산역의 폐쇄회로(CC)TV 영상이 삭제돼 있었다. B씨가 범행을 저지른 지하철 구간은 신도림역과 까치산역을 잇는 지하철 2호선 '신정지선'으로, 해당 열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역사는 5개뿐이다. 그 중 CCTV를 보관하고 있었던 4개역에서는 가해자의 이동이 확인되지 않았고, 마지막 역인 까치산역은 CCTV가 보존 기간이 끝나 삭제된 것이다. 지하철역의 CCTV 보존기간은 규정상 '7일 이상 30일 이내'로 보통 보름 안팎 동안만 보관한다.

A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고 당일 양천서 수사관이 '지하철 CCTV는 보존 기간이 짧다'고 해 직접 가해자가 신도림역에서 열차에 탑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까지 확보했다"며 "양천서의 사건 이송이 늦어져 결국 수사가 지연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공교롭게 5호선 교차역인 까치산역 CCTV만 사라졌다"며 "현재 서초역에서 CCTV를 확인해 피의자를 특정했고 곧 소환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찰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여성 등을 상대로 한 '묻지마 폭행' 사건을 보면 가해자가 추가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서울 지하철 4호선 서울역 역사와 서울 강남구 지하철 7호선 논현역 인근 대로에서 벌어진 '묻지마 폭행' 사건 역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가해 남성 2명이 추가 폭행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담당 수사관이 사건 이송 서류를 제때 작성해두고 실수로 이송을 누락한 것으로 파악한 뒤 재발방지 교육 등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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