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사망 연상 비극에 시위 재점화
지지부진한 경찰개혁 등 요구 다시 커져
미국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에서 일어난 백인 경찰의 '비무장 흑인아빠' 총격 사건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하던 반(反)인종차별 시위가 다시 불붙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로 흑인 인권문제에 대한 여론이 환기된 이후에도 유사 사례가 계속되자 경찰개혁 요구도 다시 커지고 있다. 7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24일(현지시간) 커노샤에서 전날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29)가 경찰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것과 관련해 "플로이드 사망 3개월만에 전면적인 경찰 개혁 요구의 불씨를 되살리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당시 커노샤 경찰은 보디캠(몸에 다는 카메라)을 부착하지 않아 정확한 정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워싱턴포스트(WP) 등은 "경찰이 이웃의 다툼을 말리던 블레이크에게 총을 겨눴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7발의 총성과 함께 블레이크가 어린 세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의 총격을 받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퍼지고 있다. 이에 커노샤에서는 이틀째 수백명이 참여한 거센 항의시위가 일어났고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동원해 대응했다. 시위는 이미 일부 대도시로도 번지기 시작했다.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도 수백명이 모여 경찰 총격에 항의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25일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이후 미 전역의 BLM 시위를 통해 공론화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구조적 인종차별 해소와 경찰개혁 과제 등을 다시 호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시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국면에서 백인들까지 동참하면서 시위는 미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 번져 나갔다. 미 시사 전문매체 애틀랜틱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더 많은 뉴스를 소비하게 된 이들이 인종 문제의 관점을 바꾸는 일이 잦아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시위는 물론 제도ㆍ법 개정 논의도 정체된 상태다. 민주당은 경찰의 면책특권 제한을 포함한 경찰개혁 법안을 제안했지만, 공화당이 광범위한 개입에 반대해 논의가 중단됐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지난 6월 시위원회가 경찰기구 폐지를 결정했지만 이 역시 최근 시위원회가 11월 주민투표 안건에서 제외함으로써 유야무야되고 있다. 유고브ㆍ이코노미스트 조사에 따르면 "인종차별이 큰 문제"라던 백인의 비중이 6월 45%에서 8월 33%로 떨어지는 등 여론도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이 불과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쟁점으로 부상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이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사태의 책임을 경찰에 돌리며 "구조적 인종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성명을 통해 "오늘 아침 또 다른 흑인이 과도한 무력의 희생자가 된 사실에 대해 국민들은 슬픔과 분노로 잠에서 깨어났다"면서 "이번 총격으로 미국의 영혼이 찢겨 나갔다"고 말했다.
WP의 흑인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은 "우리가 목격한 블레이크의 유일한 죄는 그의 갈색 피부"라며 "일상적인 경찰과의 만남을 비극으로 바꾸는 촉매는 인종차별이며 이것이 인종차별 규탄 시위가 계속돼야 할 이유"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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