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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애물단지 된 매장… 점포 역할 재정립하는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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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애물단지 된 매장… 점포 역할 재정립하는 유통가

입력
2020.08.27 04:30
수정
2020.08.27 09:48
16면
0 0

셀프 계산, 마스크 의무 등 방역은 기본
배달 특화, 로봇 직원 등 '포스트 코로나' 매장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매장 안에 들어올 수 없다고 알리는 CJ올리브영 안내문. CJ올리브영 제공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매장 안에 들어올 수 없다고 알리는 CJ올리브영 안내문. CJ올리브영 제공


"영업 중단하려면 건물주 눈치에 매장으로 전화 거는 손님들한테 일일이 사정 설명하고 골치 아픈 게 한둘이 아니에요. 가게가 아주 애물단지예요."

한 외식업계 기업 직원은 요즘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고 했다. 테이블 간격을 넓히고 비닐장갑 비치, QR(정보무늬)코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도입에 그릇도 일회용 식기로 바꿨는데 결국 이 업체의 전국 매장은 23일 영업을 중단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뷔페식당이 고위험시설로 분류되면서다. "점주들의 운영 중단 작업을 지원하면서 한숨만 늘었다"는 그는 "방역이 전부가 아니라 유통 산업에서 매장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봐야 할 시기"라고 꼬집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매장 접객 중심의 유통업계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선 대면 업무나 접촉 최소화로 대응하고 있지만, 점포 운영의 기본적인 전략 수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더 이상 한 두개의 인기 매장만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존하긴 어려울 것이란 위기의식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에 맞춰 서울과 경기 모든 매장의 좌석을 30% 이상 축소하는 등 방역 수칙을 강화했다. 18일 오후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한켠에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있다. 뉴스1

스타벅스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에 맞춰 서울과 경기 모든 매장의 좌석을 30% 이상 축소하는 등 방역 수칙을 강화했다. 18일 오후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한켠에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있다. 뉴스1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7월 프랜차이즈 가맹점 신규 등록은 43건에 그쳤다. 지난해 7월 67건에서 24건 줄어든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신규 매장 오픈 보단 기존 매장들의 운영 방식 수정이 필요하단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방역 조치는 필수인 데다 배달에 특화된 점포로 전환하거나 최대한 매장 내 체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편의점 GS25에 설치된 셀프 계산대. 직원이 물건을 받아 바코드를 찍는 등의 과정 없이 손님이 스스로 비대면 결제를 할 수 있다. GS25 제공

편의점 GS25에 설치된 셀프 계산대. 직원이 물건을 받아 바코드를 찍는 등의 과정 없이 손님이 스스로 비대면 결제를 할 수 있다. GS25 제공

스타벅스, 할리스커피 등 카페들은 일단 매장 방문객이 꾸준하다는 점에서 대면 최소화에 주력 중이다. 좌석 수를 줄이기 위해 테이블 자체를 빼거나 띄어 앉도록 테이블 위에 자리를 비워달라는 안내문을 설치하고 있다. 음료를 마실 때를 제외하곤 마스크를 꼭 써달라는 방송은 기본이다. 일정 시간마다 문을 열고 환기하는 매장도 적지 않다. CJ올리브영은 마스크 미착용 고객은 입장을 금지하고 화장품 테스트용 종이를 비치해 피부에 직접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일부 매장은 화장 후 모습을 가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증강현실(AR) 기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편의점 GS25는 전 점포에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찍거나 상품을 스캔해 결제하는 '셀프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직원이 고객에게 '색조 테스터 종이'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기존처럼 손등 등에 발라보지 않고 별도 비치된 종이 위에 제품을 써 발색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CJ올리브영 제공

CJ올리브영 직원이 고객에게 '색조 테스터 종이'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기존처럼 손등 등에 발라보지 않고 별도 비치된 종이 위에 제품을 써 발색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CJ올리브영 제공


본질적인 서비스 전환에 들어간 모습도 포착된다. 기존에는 넓고 감각적인 인테리어 매장이 대세였지만, 업종별 핵심 기능만 남겨 경영 효율을 높이는 공간으로 재설계에 나선 움직임이다. 예컨대 배달이 가능한 업종이라면 배달 이외 기능은 과감히 버리는 방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1~7월 전년 대비 업종별 결제금액 조사에서 배달 결제 증가율은 74%에 달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호프형이나 카페형 매장을 늘려 온 BBQ가 지난달부터 비대면 배달 전문 소형 매장 'BSK(BBQ Smart Kitchen, 8~12평)'를 빠르게 늘리는 것도 배달만 노린 전략이다. BSK의 경우 소규모로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 대신 임대료가 저렴한 골목에 자리한다. 배달은 대행업체에 맡겨 인건비를 최소화한다. 전체적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줄고 있지만 6월 말 BSK 점포 모델이 공개된 후 한 달 사이 매장 계약이 70건을 넘었다.

올해 1~7월 업종별 결제금액 증감률과 서울 지역 가맹점 등록 건수 추이.

올해 1~7월 업종별 결제금액 증감률과 서울 지역 가맹점 등록 건수 추이.


직원 없이 로봇이 커피를 제조해 주는 달콤의 로봇카페 비트는 미래형 카페의 대표적 사례다. 올해에만 신규 오픈 매장(B2C)이 20여개인데, 마트나 대학교 등 생활밀접 상권을 중심으로 입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아파트 안까지 진입했다. CJ푸드빌은 전공인 외식사업에서 매장을 지우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강남 한 공유주방에서 빕스 메뉴를 조리한 뒤 배달하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추가 비용이 불가피한 오프라인 매장을 따로 운영할 필요 없이 레스토랑간편식 시장을 공략하는 시도다.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등에선 앱으로 주문과 결제를 하고 지나가는 길에 주문 상품을 가져가는 '픽업'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역별로 매장에 굳이 상주해야 하는 직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점포는 근무 직원 수를 줄이기도 한다"며 "앞으로는 온라인 유통업체에선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를 최소 비용으로 제공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매출 극대화 등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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