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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합니다' 쪽지 한 장... 총파업에 진료허탕ㆍ수술연기로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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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합니다' 쪽지 한 장... 총파업에 진료허탕ㆍ수술연기로 발동동

입력
2020.08.26 16:32
수정
2020.08.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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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과 달리 종합병원 집단휴진 '비상'...의료공백 피하려 안간힘
대구참여연대 1인시위 "의사파업 기득권 행위"

대구 수성구 지역 병의원 입구 앞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 수성구 지역 병의원 입구 앞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26일 오전 11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학원과 병원이 밀집한 한 건물. 이곳 정형외과, 이비인후과는 정상 진료를 하고 있었지만 내과와 치과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입구에는 ‘26일~28일 휴진합니다. 29일부터 정상진료합니다”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내과를 찾은 박모(62)씨는 “몸살 기운이 있어 단골병원을 찾아왔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6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와 전임의, 동네병원 의사까지 2차 집단휴진(파업)에 돌입했다. 대구지역에서는 상당수 환자들이 문 닫힌 개인병원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고 대학병원 수술 건수도 절반으로 떨어졌으나 다행히 응급수술이 구멍나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26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외래진료 접수처를 방문한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26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외래진료 접수처를 방문한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지역 대학 병원 전공의 파업 참여율은 높은 수준이다. 경북대병원은 전공의 194명 가운데 167명이 휴가 등을 내면서 파업에 참여하고 있고, 계명대 동산병원은 182명 중 169명, 대구가톨릭대병원도 144명 중 138명이 참여하고 있다. 영남대병원은 165명 전원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주요 대학병원 등은 임상 교수들이 빈자리를 메우는 등 비상체제로 전환했으나 수술 건수는 평소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병원마다 응급수술을 제외한 수술 일정을 조정하느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경북대병원 외래 접수처를 찾은 한 시민은 "모레 수술이 예정이 돼 있었는데 일정을 미뤄야한다고 연락을 받았다"며 "파업으로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지난 파업은 미리 예고가 돼 있어서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었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매일매일 상황이 변하고 있어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이날 오후 7시 대구 북구 대구시의사회 건물 앞에서 의료계 전면 휴진 철회를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는 시점에서 의료계 집단 휴진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기득권 행위”라며 “의사의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양심있는 의사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광주와 전남ㆍ북, 제주지역에서도 의료계 총파업으로 일부 차질이 발생했으나 큰 혼란은 없었다.

이날 광주시와 광주시의사회 등에 따르면 전남대병원(화순전남대병원 포함)은 전공의 317명 중 300여 명이, 조선대병원은 전공의 142명 중 130여명이 이번 파업에 참가했다. 광주기독병원과 보훈병원 전공의 대부분도 파업에 동참했다.

시는 광주지역 동네의원 947곳 중 10% 안팎이 휴가를 내고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남대병원은 성형외과와 안과 등 일부 부서 진료가 잠정 중단하거나 축소를 검토 중이다. 의료진 부족에 따라 긴급 또는 응급 수술을 제외하고는 일정을 미루는 등의 조치를취했다. 또 그동안 선별진료소에 근무 중이던 전문의를 병원에서 진료토록 했다.

조선대병원도 전체 수술 규모를 절반이상 줄였고, 입원환자도 평소의 70% 수준으로 축소했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오늘까지는 진료공백 등 큰 차질은 없는데 앞으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전남과 전북, 제주지역 의료계도 큰 혼란은 없었다. 전남 목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A(50)씨는 "파업을 지지하지만 환자와의 약속 때문에 병원 문을 열고 진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개업의 K(57)씨는 "이번 파업은 신종 코로나 위기 때문에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아서 많은 개업의사들이 동참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환자들은 미리 처방전을 받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충청지역에서는 개원의 대부분이 정상 진료에 나서 동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큰 불편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선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대병원의 경우 대부분의 인턴과 레지던트와, 전임의 절반 이상이 이번 파업에 참여했다. 을지대병원에선 100여명, 건양대병원에선 110여명, 충북대병원에선 180여명의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났다. 이들은 대전역과 정부대전청사, 정부세종청사,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주요 지점 등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인턴과 레지던트, 전임의들이 돌아가며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다. 충남대병원과 건양대병원 등 지역 주요 대학병원에선 수술 건수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교수들의 진료 부담이 커지면서 외래 진료도 눈에 띄게 줄고, 환자와 가족들의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평소와 달리 교수가 수술과 환자 체크까지 혼자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고,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며 "대체 인력 투입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복지부는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의사들의 파업 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보고 지자체별 파업 상황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한편 의협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 김재현 기자
광주= 김종구 기자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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