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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 400명대…3단계 격상 '선택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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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 400명대…3단계 격상 '선택의 시간'이 왔다

입력
2020.08.27 20:20
수정
2020.08.27 22: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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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들었어야 할 집회발 감염 오히려 폭증
3월 7일 이후 가장 많은 441명 기록해
정부 "조만간 격상 여부를 결정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하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하다. 뉴스1

8ㆍ15 광화문 집회발 감염이 결국 위력을 드러냈다. 27일 전국 각지에서 집회 참가자를 매개로 한 집단감염이 동시다발로 불붙으면서 한동안 200~300명대를 오르내리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대구 신천지발 대유행이 한창이던 3월 7일(483명) 이후 173일 만에 처음으로 4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 후 열흘가량이 지났음에도 신규 확진자가 치솟음에 따라 이번 주말을 '3단계 격상'의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정부는 결국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날 방역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고 필요한 조치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할 것"이라며 앞서 3단계 격상에 다소 신중했던 자세에서 돌아선 듯한 뉘앙스를 내비쳤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전일 대비 441명 늘어 누적 1만8,706명을 기록했다. 이달 중순 이후 확산된 수도권 유행 이후 최대 규모다.

확진자 폭증세는 광복절 집회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이날 정오 기준 광복절 집회발 확진자는 전일 대비 54명 늘어 누적 273명에 달했다. 집회발 확진자는 18일 첫 환자 발생 이튿날부터 누적 10명→18명→71명→104명→176명→193명→219명→273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지만 비수도권 비중도 전체의 41%(112명)에 달한다.

특히 비수도권 중 이날 정오 기준 신규 확진이 42명으로 가장 많았던 광주의 경우, 이 중 30명이 광복절 집회발 n차 감염으로 드러났다. 광복절 집회에 참여했던 A씨가 16~19일에 걸쳐 광주 북구 성림침례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그 여파로 이 교회 신도 30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A씨는 18일에 임상증상이 발현돼 2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천 서구 주님의교회 관련해서도 6명이 추가 확진판정을 받아 누적 36명에 달했는데, 이 또한 광복절 집회 참석자가 지표환자(첫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ㆍ경기지역에 거리 두기 2단계가 적용된 지 열흘이 지났고, 신종 코로나 잠복기가 14일인 점을 고려할 때 이미 잦아들었어야 할 집회발 감염이 도리어 불붙자 방역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사랑제일교회와 도심 집회 등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증폭된 후 지역적으로 워낙 광범위한 전파가 이뤄졌고, 연결고리도 매우 다양한데다 여름휴가까지 겹쳐 기대했던 만큼 (확산세가)잘 억제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이 이날만 33%에 달한다고 거론하면서 "환자 추적이 부진해질 경우 비수도권 지역에서 대유행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3단계 격상을 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정부가 3단계 격상을 지나치게 망설이고 있다"며 "더 늦어지면 그만큼 진압도 더 어려워 수도권이라도 당장 3단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 또한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집회를 기점으로 숨어있던 감염자들이 여기저기서 폭발하고 있다"며 "지난주 수도권에 3단계를 적용했으면 지금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건데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방역은 선제적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전국적으로 집단감염이 폭증하는 만큼 전국 3단계 적용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2단계 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이미 퍼져있던 바이러스들이 2차, 3차 전파를 거듭하면서 며칠 동안은 신규 확진자가 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지금은 2단계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국면이기도 하다"며 "완전 통제불능 상태가 아닌 만큼 3단계 격상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3단계가 시작되면 일상이 정지된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고 밝히며 방역수위 격상에 다소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지만, 이날은 단계 격상에 한 발 더 다가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 차원에서 3단계에 준하는 조치로 갈지, 완전한 3단계로 바로 갈지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속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며 "언제 (3단계를)실행할지는 조만간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감염병 전문가들과 만나 단계격상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정부는 사태 안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격상 여부를)어떻게 할지 판단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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