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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가수 케이티 페리 "지옥에서 돌아온 강한 엄마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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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가수 케이티 페리 "지옥에서 돌아온 강한 엄마 됐죠"

입력
2020.08.28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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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페리.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케이티 페리.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딸이 태어나게 돼 'XX같은' 이번 해에 희망을 갖게 될 수 있었어요. 거칠게 표현해 미안하지만 사실입니다. 앨범 발매와 출산이 겹칠 거라곤 예상도 못했는데 올해는 전부 불확실로 꽉 찬 한 해인 것 같아요.”

지난 12일 화상으로 만난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36)는 만삭의 상태로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카메라 앞에 앉아 첫 아이를 갖게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아이의 아빠는 영화 ‘반지의 제왕’과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유명한 배우 올랜도 블룸. 페리는 새 앨범 ‘스마일(Smile)’을 내놓기 이틀 전인 26일 출산 소식을 알렸다. 코로나19로 결혼식을 미뤄둔 상태인데,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딸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태어나 사랑과 경이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28일 발매된 케이티 페리의 여섯 번째 앨범 ‘스마일’은 여러모로 그에게 뜻 깊은 앨범이다. 생애 첫 아이와 함께 탄생한 앨범이자 오랜 기간 극심한 우울증과 싸운 끝에 내놓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여장부처럼 호탕한 목소리로 아시아 각국 기자들과 마주한 그는 “2017, 2018년 심각한 우울증을 겪으며 어두운 시간을 보내면서 곡을 썼다”면서 “앨범 제목인 ‘스마일’은 힘든 시기를 보내며 잃었던 미소를 되찾게 됐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내가 지옥을 헤치고 살아나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앨범”이라는 소개도 덧붙였다.

‘스마일’에는 딸의 이름을 암시한 곡이었던 첫 싱글 ‘데이지즈’와 타이틀 곡 ‘스마일’을 비롯해 12곡이 수록됐다. “어두운 터널 끝에서 찾은 한 줄기 빛” “회복과 희망,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설명처럼 발랄하고 희망적인 댄스 팝이 주를 이룬다. 그는 “세상의 모든 트렌드를 다 시도해보기 보다는 내 피 속에 흐르는 기본에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가사에는 자신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다. 페리는 “‘눈물이 나도 계속 춤을 춰’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어’ ‘미소를 다시 찾을 거야’ 같은 가사는 내가 주문처럼 외우며 매달렸던 말이었다”며 “이 말들이 나 자신을 다잡게 도와줬다”고 말했다.

앨범 작업은 대부분 임신 초기에 마쳤고 침실에서 차에서 조금씩 수정하며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친 뒤 완성했다. 임신 상태여서 힘들지는 않았을까. 태어날 때부터 유별나게 에너지가 많은 아이였다는 페리는 “임신 중이어서 오히려 더 에너지가 많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성격 탓에 코로나19 시기에 집에 갇혀 가만히 있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고도 했다.


케이티 페리.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케이티 페리.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페리는 코로나19 시기에 앨범을 내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음악은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들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고, 너무도 많은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어린 시절에 안식처가 돼줬다”며 “내가 경험을 통해 느낀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밝힌 노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앨범에서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곡으로는 ‘왓 메이크스 어 우먼’을 꼽았다. 딸을 맞이하며 여성으로서 새로운 면모와 포용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여성의 포용력은 무한해요. 여성으로 산다는 건 비유적으로나 문자 그대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도 하나도 안 힘든 듯 보여야 하고 해야 할 수많은 일의 균형을 잡으며 사는 것을 의미해요. 엄마가 된다는 건 여성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나 자신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죠.”

페리는 20년에 가까운 활동 기간 'E.T.' '캘리포니아 걸스' '파이어웍스' 등의 히트곡을 내놓으며 아홉 차례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고 1,800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슈퍼스타다. 2018년 내한공연을 열어 국내 팬들과도 친숙하다. 세계적인 톱스타로 군림하며 꽃길만 걸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도 어두운 시기는 있었다. 2001년 발표한 첫 앨범이 실패한 뒤 두 번째 앨범 수로곡 '아이 키스트 어 걸'로 성공하기까지 7년의 무명 시절을 보내야 했고, 2012년 이혼의 아픔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여러 차례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페리가 우울증을 겪은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번엔 심각했던 모양이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고, 어떻게 해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일도 하기 어려웠어요. 심장이 멎은 것 같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그럴 땐 억지로 마음이 가야 하는 곳으로 보내야 합니다. 억지로 운동하러 나가는 것처럼요. 그렇게 조금씩 회복했어요. 이 앨범에서 말하는 것도 그런 마음의 전환입니다.”


케이티 페리.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케이티 페리.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힘든 시기를 보내며 그는 화려하게 외모를 치장하는 것보다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여러 겹의 층과 관점으로 바라보는 철학의 시선이 좋다”며 “음악인들 중에선 늘 예쁘고 순탄한 삶이 아닌 여러 질곡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힘들지만 함께 극복할 것”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는 이런 시기일수록 자신의 어두운 면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게 발현하는 예를 많이 봐왔습니다. 전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신 건강 문제는 비단 유명인에게만 일어나는 건 아니거든요. 팬데믹 시기엔 이러한 자신의 내면과 좀 더 정면으로 대면하게 될 것 같아요. 도망칠 곳이 없잖아요. 불편한 이야기라도 꺼내놓고 이야기할수록 해결책이 더 빨리 나오고 압박도 줄어들 겁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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