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보다 위력 덜해... 27일 오전 영향권 벗어나
?"바비, 강한 회전력 탓에 강풍 반경 '원형' 모양"
필리핀 동쪽서 제9호 태풍 '마이삭' 발생 가능성도
제8호 태풍 '바비'가 예보와 달리 약한 위력을 보인 채 27일 오전 북한으로 상륙한 후 태풍으로서의 일생을 다했다. 수도권에서도 초속 40m 이상의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런 세기의 바람은 전라도 일부 섬과 서해상에 한정됐다. 기상청은 바비의 회전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강풍 반경이 오른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원형 형태로 나타난 것을 그 이유로 분석했다. 태풍 내부로 힘이 집중되면서 태풍 오른 편에 위치한 한반도에는 영향이 비교적 덜했다는 얘기이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 바비에 이어 또 다른 태풍 9호 '마이삭'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서해를 따라 올라온 태풍 바비는 오전 5시 30분쯤 황해도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 오전 9시 평양 북서쪽 약 50㎞ 부근 육상까지 북상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바비는 계속 북진해 이날 오후 9시 중국 하얼빈 남남동쪽 약 120㎞ 부근 육상에서 태풍의 생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위력은 우려보다 약했다. 전국에서 가장 강한 바람이 관측된 지점은 흑산도로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47.4m였다. 초속 44m를 넘는 바람은 성인 남성, 커다란 돌도 날려버릴 힘을 지닌다. 하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는 기상청이 "바람으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재난이 가능한 (강풍) 세기" "기록적인 (강풍) 값을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과 비교하면 강도가 약했다.
기상청은 수도권에 바비가 가장 근접하는 오전 4~6시 초속 40~60m의 바람도 불 수 있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목덕도(옹진)에서 초속 41.2m의 최대순간풍속이 관측된 것을 제외하고 △도라산(파주) 초속 24.9m △김포공항(서울) 초속 25.9m △현덕면(평택) 초속 18.7m 등 초속 20~30m가 최대치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강도나 진로 자체가 예상과 달랐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태풍의 회전력이 너무 강하다 보니 똘똘 뭉치면서 수렴하려는 힘이 세졌다"며 "보통 이런 태풍은 태풍 주변 바람과 합쳐지면서 강풍 반경이 오른쪽으로 치우치는데, 이번에는 균형 있게 원형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내륙이 강풍 영역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치로 봐도 태풍 바비 자체는 매우 위협적인 태풍이었다. 지난해 가을 한반도를 강타한 '링링'과 비교를 해도 비슷한 위도를 지나갈 때 바비의 중심기압이 10hPa가량 더 낮게 나왔다.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태풍의 소용돌이가 더 강해진다. 태풍의 강풍 반경도 300㎞를 넘어 상당히 넓은 편이었다.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바비는 태풍 분류 4단계 중 '초강력' 바로 아랫 단계인 '매우 강한' 태풍의 강도를 유지하며 북상했다.
일각에서는 태풍 경로가 예측보다 서쪽으로 조금 밀리면서, 영향력이 덜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바비의 이동 경로는 기상청 당초 예보보다 10~30㎞ 서쪽으로 치우쳤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반경이 최대 380㎞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 정도 경로 이동으로 내륙에 미치는 강풍 세기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번 주말 안에 또 다른 태풍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태풍 발생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발생 시기와 강도 등에 변수가 많아 우리나라 영향 여부나 강도 등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열대저기압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이 될 때, 이를 태풍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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