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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트럼프의 분열정치 막 내릴까

입력
2020.08.30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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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제
조병제전 국립외교원장

美대선, 분노와 공포 정치에 대한 국민투표
민주당 우세지만, 코로나가 결과 좌우 전망
미국 최초의 선거 불복 사태 일어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7일 워싱턴 백악관 잔디밭인 사우스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7일 워싱턴 백악관 잔디밭인 사우스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


분노(rage)와 공포(fear). 지난 3년 반 보아온 트럼프 정치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트럼프는 2016년 8월 대통령 후보 시절의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나는 그것을 이끌어낸다’고 했다. 트럼프의 정치는 분열의 정치다. 분노는 적을 찾는다. 반이민 정서를 자극한다. 백인 노동자들의 경제적 궁핍의 원인을 불법 이민자에게서 찾는다. 흑인 여성 하원의원 4명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트윗도 날렸다. 지금은 불법 이민자 자리를 중국과 중국 바이러스가 대신한다. 트럼프는 ‘진정한 권력은 공포’라고도 했다. 인종차별과 법질서는 닉슨 이래 공화당 선거 전략의 핵심 요소가 되어 있다. 법질서 속 어딘가에 공포가 숨어 있다. 지난 5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외치는 대대적인 시위가 있었지만, 트럼프는 인종차별 금지나 경찰 개혁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복을 착용한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시위대가 몰려든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으로 맞서 나갔다. 손에는 성경을 들고 ‘법과 질서’를 말했다.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의 핵심 메시지도 폭력과 혼란을 막는 ‘법과 질서’였다.

11월 대선은 트럼프 정치에 대한 국민투표다. 공화당에 앞서 전당대회를 치른 민주당은 통합과 공감(empathy)의 정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78세의 노정객 조지프 바이든이 반(反)트럼프 전선의 중심에 섰다.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전당대회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공화당 소속의 존 카시시 전 오하이오 주지사,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도 합세했다. 우리가 잘 아는 빅터 차를 포함한 공화당 계열 안보 전문가 50여명도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4년을 암흑의 계절이라 불렀고, 미셸 오바마는 ‘삶과 죽음의 문제’로 트럼프 축출에 나설 것을 지지자들에게 촉구했다.

반트럼프 전선이 강력한 만큼이나, 재선을 향한 트럼프의 권력 의지도 강하다. 색깔론도 동원한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사회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바이든과 해리스 후보를 ‘급진 좌파’로 몰아친다. 그리고 범죄와 폭력에 약하다고 한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마지노선을 구축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시행하는 우편 투표가 조작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자신을 떨어뜨리려는 거대한 음모(deep state)가 있으며, 부정 선거가 아니면 결코 질 수 없는 선거라고 주장한다. 2주 전에는 퇴역 장성 두 명이 미 합참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가 지고서도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서라도 헌정을 유지하라’ 하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태껏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모습의 미국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미국 정치의 분열은 깊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환호는 뜨겁다. 반대자들의 반응은 증오에 가깝다. 중간 지대가 없다.

대선이 두 달 남은 지금, 여론조사 결과는 바이든의 승리를 예상한다. 그래도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여전히 시기상조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이 얼마나 좋아질지 아니면 더 나빠질지, 치료약이나 백신이 언제 나올지에 따라서도 판세는 뒤집힐 수 있다. 사람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다음 미국 대통령을 정할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물러날 것인가? 4년을 더하여 미국의 정체성을 바꾸어 놓을 것인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선거 불복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가? 선거 결과에 따라 국제 질서에는 어떠한 변화가 올 것인가? 세계는 지금 초미의 관심을 갖고 초강대국 미국의 정치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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