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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단계' 시행에 배달 주문 폭주… 라이더 "12시간 밥 거르고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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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단계' 시행에 배달 주문 폭주… 라이더 "12시간 밥 거르고 달려"

입력
2020.09.01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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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내 취식 금지된 커피ㆍ술 배달 증가 '뚜렷'
"배달 차질 막아라" 인력 늘리고 재고 확보 총력
주문자 픽업 땐 수수료 면제 등 '거리두기' 고심

배달의민족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맞춰 포장 주문 결제 수수료를 연말까지 전액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31일 서울 배달의민족 배달기사(라이더) 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배달의민족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맞춰 포장 주문 결제 수수료를 연말까지 전액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31일 서울 배달의민족 배달기사(라이더) 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배달 경력 9년차 베테랑으로 서울 광진구 전역에서 배달 업무를 하는 A씨는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2.5단계) 강화 조치 첫날인 30일 근무를 돌아보며 "커피랑 햄버거 배달이 엄청 많았고, 좀 더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12시간 정도 뛰었다"고 말했다. 31일도 점심을 거른 채 오후 2시까지 꽉 채워 배달을 다닌 그는 "6월 장마 시작부터 이미 콜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였는데, 지금은 밥 먹을 시간도 챙기기 힘들다"며 "작년이랑 비교하면 배달 건수가 3, 4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이륜차 배달 노동자들로 구성된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보통 하루 10시간 일하면서 30~40건씩 배달하는데, 거리두기 강화 후 배달량이 늘어난 건 맞다"며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려 배달에 뛰어든 이들도 많다 보니 '주문 많을 때 벌어놔야 한다'는 생각으로 식사까지 거르면서 콜을 최대한 많이 받는 기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음식뿐 아니라 쿠팡, 마켓컬리 등 생필품과 신선식품까지 배달 주문이 폭증하며 배달 기사(라이더)들이 숨 돌릴 틈 없이 거리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배달이 주문 건수를 따라가지 못해 일부 채널에선 벌써 배달 차질을 빚을 정도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사나 라이더 파견 업체들은 물량 확보, 라이더 추가 모집 등을 통해 '배달 대란' 방어에 진땀을 빼고 있다.

31일 서울시 배달 앱 띵동에 따르면 2.5단계 조치가 시행된 30일을 포함한 지난 주말(29, 30일) 주문 건수가 이전 주말인 22, 23일보다 33% 급상승했다. 주문 증가세는 2.5단계 적용 기한인 9월 6일까지 가파르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구ㆍ서초구가 근무 지역인 라이더 B씨는 전날 평소보다 주문을 10건 더 받았다고 했다. 그는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는데 어제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주류 배달이 특히 많았다"며 "밖에서 술을 못 먹으니까 음식 배달을 시키면서 술도 같이 주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배달이 급증해왔는데, 이번 거리두기 2.5단계 핀셋 조치의 대상이 돼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는 시간대와 메뉴의 수요까지 배달 앱으로 이동한 결과다. 카페의 경우 포장과 배달만 허용됨에 따라 배달의민족에선 30일 커피와 디저트 주문 건수가 일주일 전 대비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음식점 야식 배달 주문은 11.2% 늘었다. 오후 9시 이후 음식점 홀 영업이 금지되자 심야 시간 안주 중심의 배달이 늘어난 것이다. 배달의민족 데이터는 전국 기준이라 2.5단계 조치가 시행된 수도권만 따지면 주문 증가율은 훨씬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31일 오후 쿠팡 앱에서 식품, 화장지, 마스크 등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 상품에 '일시품절' 표시가 돼 있다. 쿠팡 캡처

31일 오후 쿠팡 앱에서 식품, 화장지, 마스크 등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 상품에 '일시품절' 표시가 돼 있다. 쿠팡 캡처


늘어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는 신호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로켓배송이 최대 장점인 쿠팡마저 주문 폭주에 상품이 잇따라 품절됐다. 상품 발송 지연을 겪고 있는 마켓컬리 관계자는 "주문량도 늘어난 데다 물류센터 확진자 발생으로 이동이 멈췄던 물량도 있다"며 "보통 하루 8만건 주문을 처리하는데, 오늘도 제때 배송되지 못하는 물량이 20~30%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식당들에선 배달 주문이 접수되기 시작하는 오전 11시부터 테이블 한쪽에 포장 음식들을 쌓아두고 라이더만 기다리는 경우도 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달의민족은 7월 초 2,000명 수준이었던 라이더를 최근 3,000명까지 늘렸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전업 라이더 주당 근무 시간을 60시간, 아르바이트생은 20시간으로 제한하는 자체 정책을 한시적으로 푸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청사 등지로 배달될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청사 등지로 배달될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편의점은 일반인 참여까지 유도하며 배달 인력 모시기에 나섰다. GS25가 19일 일반인도 도보 배달을 할 수 있도록 하자, 30일까지 12일 동안 몰린 일반인 배달원이 5,300명에 달한다. GS25 운영사 GS리테일은 9월 한 달 동안 일반인 배달원에게 수수료를 1,000원 더 추가해 거리에 따라 건당 3,800원~4,2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급증하는 배달 수요에 맞추려면 배달원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픽업 강화, 대면결제 중지…배달 앱도 '거리두기'

거리두기의 공백을 채워주는 게 배달이지만 이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배달 앱들이 주문자와 라이더, 음식점 직원 등이 서로 최대한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에 들어간 이유다.

메쉬코리아가 배달 기사(라이더)들의 대면 접촉을 줄이고 업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는 '배송완료 사진 남기기'(왼쪽)와 '배달 안내 문자 자동 전송' 기능. 메쉬코리아 제공

메쉬코리아가 배달 기사(라이더)들의 대면 접촉을 줄이고 업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는 '배송완료 사진 남기기'(왼쪽)와 '배달 안내 문자 자동 전송' 기능. 메쉬코리아 제공


배달 기사를 제공하는 배달 플랫폼 업체 메쉬코리아는 라이더가 상품을 놓은 장소를 사진으로 찍어 주문자에게 전송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배달 후 '문 앞 배송 완료' 등 안내 문자를 자동 전송하는 기능도 운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앱으로 주문과 결제를 한 뒤 주문자가 가게로 가 포장된 음식을 바로 챙기는 '픽업' 서비스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두 업체는 픽업을 이용할 땐 중개 수수료나 카드사 결제 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도 제공 중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2.5단계 시행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가게들이 앱으로 최대한 판매를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포장주문 메뉴에서 카페ㆍ디저트를 누르면 현재 위치 근처의 가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추가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라이더와 주문자가 현금이나 카드를 주고받는 대면결제를 일정 기간 제한해 앱 내 결제만 허용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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