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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한국의당’ 제친 김종인의 한마디 “국민의힘이 제일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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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한국의당’ 제친 김종인의 한마디 “국민의힘이 제일 낫네”

입력
2020.09.01 04:30
수정
2020.09.01 16: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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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이 ‘국민의힘’으로 잠정 결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갈라졌던 보수 세력이 지난 2월 미래통합당이란 간판 아래 뭉친 지 약 7개월 만이다. 지난 5월27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새 출발’을 상징적으로 알릴 당명을 물색해 왔던 통합당은 31일 비상대책위회의를 통해 국민의힘으로 의견을 모았다. 9월 1일 상임전국위와 2일 전국위 의결을 거치면 국민의힘이란 이름으로 새출발한다.

그간 진보 진영에서 애용했던 ‘국민’을 새기고, ‘당’이란 말을 당명에서 지운 것은 파격 그 자체다. “쉽고 간결하며, 국민이 바로 알아 들을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김수민 홍보본부장은 이날 “국민의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당은 탄핵당 이미지 탓 제외

당명 개정 작업을 주도한 김수민 본부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3개의 당명 후보를 보고했다. ‘한국의당’과 ‘국민의힘’, ‘위하다’다. 한국의당과 국민의힘은 대국민 당명 공모에서 ‘국민’과 ‘한국’이란 키워드가 가장 많이 제안된 점이 고려됐다. 위하다라는 이름은 공유 오피스 임대업체인 ‘위워크(WeWork)’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처럼, 동사형을 이름으로 내세우면 당의 목표와 역할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김 본부장이 직접 고안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3개 중 김 본부장이 가장 먼저 언급한 후보는 ‘한국의당’이었다”고 했다.

사실상 1순위가 아니었던 국민의힘이 최종 후보로 낙점된 데는 김 위원장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보고 후 가장 먼저 “국민의힘이 제일 나은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다른 위원들도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으면서 뜻이 모였다고 한다. 한 비대위원은 “‘한국의당’은 ‘탄핵당’ 이미지가 강한 자유한국당을 연상시키고, 동사형인 ‘위하다’는 아직 우리 국민이 받아들이기 생소한 형태란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수민 미래통합당 홍보본부장이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미래통합당의 새로운 당명 최종 후보안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수민 미래통합당 홍보본부장이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미래통합당의 새로운 당명 최종 후보안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너무 과감했나… 반발에 불발 가능성도

우리 정치사에서 ‘국민’은 중도ㆍ진보진영과 더 친숙한 키워드다. 당장 원내에 실용적 중도 정당을 표방하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홈페이지 주소가 국민의 힘을 뜻하는 ‘people power’인 것도 우연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지금은 이념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시대다. 이념적 측면에서 당명을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진영의 틀을 벗어난 이름’ 그 자체가 김 위원장의 의도였던 셈이다.

당명에서 ‘당’을 뺀 것도 전략적이다. 역대 통합당 계열 정당의 당명에 ‘당’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본부장은 “정당이란 고정관념 안에 역할을 가두지 않고, 더 다양한 영역에서 국민을 위한 더 나은 정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당’을 덜어냈다”고 했다.

그러나 과감한 시도에 대한 당 안팎의 반응은 극과극으로 갈렸다. 이날 온라인 의원총회에서는 “신선해서 좋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3선 김태흠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은 포괄적이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추구하는 가치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미래통합당보다도 후퇴했다”고 꼬집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3년 설립한 정치단체 이름도 ‘국민의힘’이란 점에서 부적절한 당명이란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당과 한끗 차이인 당명을 굳이 써야 하느냐”는 불만도 제기됐다. 우리말로 ‘국민의 힘과 함께’(Coligacao Com a Forca do Povo)라는 뜻의 브라질 좌파 선거연합 출신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는 사실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연결돼 찜찜한 대목이다.

통합당은 당 안팎의 잡음을 고려해 9월 1일 다시 의총을 열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당명뿐 아니라 ‘4선 연임 금지’ 등을 못박은 새 정강정책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아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다만 김 위원장은 기존 안대로 가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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