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싼 멕시코ㆍ캐나다 찾는 '인슐린 캐러밴'? 발목
미국인 주고객 삼는 멕시코 일부 도시 병원도 타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과 캐나다ㆍ멕시코 간 국경 통행이 제한되면서 미국인 당뇨병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약값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슐린 원정 구매'에 나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구매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암시장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해 12월 당뇨병 진단을 받은 9세 아들을 위해 캐나다로 인슐린 원정 구매를 다녀온 미네소타주(州) 브레이너드 거주민 스테파니 볼랜드가 처한 현실을 31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에 비해 5분의 1이 채 안 되는 가격으로 인슐린 수개월분을 구입한 스테파니는 지난 3월 양국 간 비필수적 여행 금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30일 단위로 연장돼온 미국과 캐나다ㆍ멕시코 간 국경 통행 제한에 따라 오는 21일까지 또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당뇨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슐린을 매일 투약해야 하는 환자는 평생 관리가 필요한 1형을 포함해 7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약값은 근래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웃나라들에 비해 10배 수준까지 올랐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처방전이 필요한 약을 외국에서 들여오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3개월 분량 이내일 경우'는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캐러밴(중남미 이민자 행렬)'을 본뜬 '인슐린 캐러밴'이라는 조어까지 생겨났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매년 의료서비스와 의약품 구매 목적으로 100만명 가까운 미국인이 멕시코를 찾는다.
그런 이들에게 국경 통제는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다.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1형 당뇨 환자 트래비스 폴슨은 지난 4월 인슐린을 구매하기 위해 차로 캐나다 국경까지 갔지만 입국을 거부당했다. 약 구입은 필수적 여행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숨 쉬어야 하는 공기를 거부당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경 통제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당뇨 환자들의 고통을 배가시키는 요인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월에 비해 무려 1,30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상태다. 더욱이 미국의 보험 미가입자는 2,800만명에 이른다.
미국의 원정 고객이 줄면서 이들을 주고객으로 삼는 멕시코 카보산루카스와 툴룸 등 일부 도시의 병원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티후아나의 한 약국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40% 줄었다"고 CNN에 밝혔다.
국경 통제 이후 캐나다에 의약품을 온라인 주문하는 이들도 늘었지만, 인슐린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암거래 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당뇨협회의 로라 켈러는 "누구든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인슐린을 구하기 위해 멀리까지 여행할 필요 없이 지역사회에서 적정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와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