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러시아의 흥망성쇠 역사를 안고 달리는 횡단열차
청년은 일자리 찾아 해외로, 노인은 연금 의존도 커져
세계에서 가장 큰 땅을 가진 나라 러시아. 영토의 끝에서 다른 끝까지 직선 길이가 무려 7,700km에 달한다. 남―북 길이도 2,880km다. 그냥 엄청 크다.
러시아는 큰 땅 덩어리처럼 다채로운 이야기가 존재했다. 특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가로지르는 것은 누구나 한번 쯤 꿈에 그려 본 낭만 체험이다. 특히 남북의 허리를 가로지른 철책 선을 뜯어내면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를 지나 베를린까지 가는 여행을 꿈꾼다.
종종 수학여행이나 소풍의 스케일이 달라지면 젊은이들이 꾸는 꿈의 크기도 달라질 수 있다며 정치인들의 비전을 설명하는데 동원되는 바로 그 시베리아 횡단열차. 인생에 한 번쯤 타보고 싶은 열차로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에 올라있을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로 마음먹은 것은 역시나 그 체험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동시에 러시아 도시 탐구를 위해 항공기, 버스 등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더 없이 좋은 교통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노선(Trans-Siberian Railway)이다. 약 9,300km의 길이에, 지나치는 역만 850개에 달한다. 7박 8일 동안 164시간을 이상 여행하는 일정이다. 열차 종류에 따라 정차하는 역과 머무는 시간도 다르다. 내부 시설이 좋은 1등 칸(2인실), 2등 칸(4인실), 3등 칸(6인실)까지 티켓 가격에 따라 제 각각 다른 환경을 겪어볼 수 있다. 물론 버킷리스트 실현을 위해 열차를 타는 사람들은 해외에서 온 외지인들이다. 현지인은 주로 교통수단으로 열차를 타기 때문이다.
연해주 한인들이 강제이주 당할 때 타기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19세기 러시아(당시 소련)가 동진 정책으로 얻은 영토를 개척하면서 그 땅의 활용과 항구의 필요성, 군사적 요충지로 떠오르며 그 필요성이 부각됐다.
1891년 황제였던 알렉산드르 3세의 칙령으로 공사에 들어갔고, 1904년 러일전쟁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1916년 모든 구간을 개통했다. 1937년 이오시프 스탈린은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연해주의 한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시켰는데, 이들이 탄 열차가 바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였다.
당시엔 음식이나 화장실 등 열차 내부의 위생 환경이 나빠 이동 중 목숨을 잃은 이들이 많았다. 주로 노인들이었다. 지금은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곳곳에 ‘고려인(현지에선 까레이스끼라 불리움)’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50만 명의 한인 2세, 3세, 4세들이 많다.
지금의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동부 영토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동부 쪽으로 사람들이 옮겨가도록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컨대 농지 약 3,300제곱미터(㎡ㆍ1,000평)를 무상 제공하는 식의 유인책을 제시하는 것 등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선조들의 구슬픈 인연을 잠시나마 떠올리며 앞으로 남북 화합과 공존의 시대가 열리면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벅차오름을 안고 탑승했다.
처음엔 설레임과 함께 광활한 시베리아를 달리면 자작나무 숲이나 풍광이 눈에 들어와 기분이 매우 좋았다. 자연에 푹 빠져 있다가 앞자리의 낯선 사람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오래 머무는 역에선 열차에서 내려 체조도 하고 어두워지면 잠을 청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흠뻑 빠진 한국의 도시락 라면
언뜻 단조로워 보이는 횡단열차 여행에서 뜻밖의 즐거움은 바로 네모난 도시락 라면이었다. 어릴 때 많이 먹었지만 지금은 수없이 많은 라면 중 하나가 된 그 라면이 러시아에선 가장 인기 있는 인스턴트 음식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을 줄이야. 도시락 라면은 횡단열차의 필수품이라 불린다고 한다. 혹시라도 미리 챙기는 것을 깜빡하더라도 중간중간 멈추는 역 플랫폼에 내려 매점에서 쉽게 살 수 있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
이 도시락 라면은 1990년대 초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러시아 선원들에 의해 러시아 내에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았던 1998년 러시아는 모라토리엄(국가부도)을 선언하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 처했다.
상당수 해외 기업들은 러시아 철수를 선언하는 상황에서도 도시락 라면을 만든 한국의 '팔도'는 계속 러시아 생산 시설을 가동하겠다고 하면서 '의리를 지킨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더 큰 사랑을 받게 됐다고 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다면 도시락 라면을 반드시 맛 보시라. 뜨거운 연기와 함께 애국심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후루룩~
길고 긴 여정에 몸은 계속 이상 신호를 보내고
셀레임도 잠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안겨 주는 낭만은 15시간이 되자 뜻하지 않은 고통을 동반했다.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이틀째 되선 코피가 났다. 실내 난방 때문에 스팀을 계속 틀어야 했고, 건조해진 실내를 환기할 방법이 없었던 때문이다. 게다가 승객들은 타고 내릴 때마다 먼지를 옮겼다. 방으로 된 1등 칸과 2등 칸은 공기 상황이 나을지 모르지만 내가 탄 3등 칸은 정말...
그 안에서 숨을 쉬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이 가는가. 결국 목이 붓고, 코도 견디질 못하고 몸에 강한 신호를 보냈다. 몸의 균형이 깨져가는 데도 열차를 계속 타야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모스크바에서 열차를 타고 카잔에서 내려 이틀을 묵고, 또 타고 가다 옴스크에서 내리는 등 중간에 내려 컨디션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묘미라고 생각했다.
2018년, 2019년에 걸쳐 여러 차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60대의 드미트리 블루도프 씨였다. 공교롭게도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가 새겨진 가방을 갖고 있어 한국 얘기를 하며 자연스레 말동무가 될 수 있었다.
저력의 러시아는 지금도 강대국인가
러시아를 가기 전 까진 이종격투기 선수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외엔 딱히 아는 러시아 인물도 없었다. 냉전시대가 끝났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강대국들과 여전히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저력이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 여행을 하며 묘한 매력이 넘치는 나라라는 생각이 더해졌고 웬만한 유럽국가들 보다 치안이 더 좋다고 느꼈다.
2018년 4월. 경기장이 있는 도시들은 두 달 뒤인 6월에 열릴 월드컵에 찾아 올 손님맞이에 한창이었다. 횡단열차도 세계 각국의 유명 축구 선수들과 축구 팬들, 정치인들이 열차를 타고 러시아 곳곳을 둘러보게 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국제 정치 무대에선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가 월드컵을 통해 좋은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서방과 껄끄러웠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등이 관전 포인트였다.
말동무가 된 드미트리씨는 러시아를 못 마땅히 여기는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이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그 어떤 방해가 있어도 꿋꿋이 갈 길을 고수할 힘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70년대 후반, 러시아 정부는 원하는 국민에게 공짜로 600제곱미터(㎡) 의 땅을 나누어줬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땅에 텃밭을 가꾸며 주말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별장(러시아 말로 다차라고 일컫는 작은 집)을 지었다.
다차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여유’를 상징한다고 했다. 모스크바 외곽에만 다차가 1,000만 채가 넘는다고 한다. 실제로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가다보면 자연풍경 뿐 아니라 오밀조밀 모여있는 다차들을 볼 수 있다.
"서방의 견제와 제재에도 버텨온 러시아가 자랑스럽다"
드미트리씨의 논거는 이렇다. 1억4,000만의 러시아 인구를 포함한 12개 독립국가연합(CIS,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소속 국가들의 인구는 3억 명에 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13억 인구를 지닌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경제 시장 규모가 상당하고, 무엇보다 서방의 각종 경제 관련 제재가 있었음에도 러시아가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면서 강인한 내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론 1~2% 내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내수와 인근 국가들의 시장으로도 충분히 견뎌 낼 체력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러시아라는 큰 시장을 향해 벽을 쳐 놓은 유럽연합(EU)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드미트리씨의 주장이다. EU 회원국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러시아와 인근 국가들에 팔아야하는데 못 팔고, 러시아는 그런대로 버티고 간다는 것이다.
드미트리씨와 대화를 하며 그 동안 우리 역시 러시아를 볼 때는 늘 서방의 시각에서 다루는 내용(언론보도)을 바탕으로 이해하려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러시아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러시아 청년들 결혼 꺼리고 캥거루족 늘어
한편 러시아 경제가 내성을 키웠다곤 하나 승승장구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청년 세대들의 어려움을 접하면서 그런 생각은 더 확실해졌다.
2019년 다시 찾은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크리스티나(당시 23세)를 만났다. 그녀는 대학에서 영어교육 전공으로 졸업했지만 러시아에서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아, 중국 베이징(北京)의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취직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크리스티나는 러시아 이르쿠츠크 고향집에서 직장이 있는 베이징까지 횡단열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참고로 횡단열차의 여러 노선 중 모스크바-베이징 노선도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러시아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나는 그녀에게 화투치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화제는 연애와 결혼으로 옮겨졌다. 러시아에선 그 동안 고교 때와 20대 초반에 연애를 많이해본 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첫아이 출산은 평균 25세 정도로 늦춰졌고, 특히 모스크바는 그 시기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더 늦다고 한다. 높은 집값과 임대료는 청년들의 월급 수준으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하니 많은 나라의 청년들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 집에 얹혀사는 청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실제 모스크바에서 취업하는 러시아 청년들의 첫해 월급은 4만5,000루블(약 90만원)선이라고 한다. 물론 모스크바의 전체 평균 임금은 한달에 9만5,000루블(약 190만 원) 수준이지만 이것 역시 고소득자까지 포함된 수치라 착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크리스티나의 설명이었다.
가장 크고 부자 도시라는 모스크바가 이 정도인데 지방도시 상황은 훨씬 나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옴스크의 경우 교사 월급이 3만 루블(약 50만 원 정도)도 안 된다고 하니, 지방 도시들은 모스크바와는 딴 세상이라고 할만하다.
러시아 청년들은 해외로, 인근 국가 청년들은 러시아로
그런데 러시아 주변나라 젊은이들은 꾸역꾸역 러시아를 찾는다. 아무리 러시아의 일자리 사정이 안 좋다고 해도 자신들의 국가보다 사정이 나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그리고 음성적으로 싼 임금에 일을 맡길 수 있는 외국 청년들을 선호하는 흐름도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 젊은이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여기에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율은 2016년 1.76명이었으나 2020년 1.48명으로 낮아지고 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은 출산 장려 정책을 대대적으로 펴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소득 수준에 비하면 파격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내용은 이렇다. 첫째 아이 출산 때 1년6개월 동안 1만500루블(20만원)을 매달 지원한다. 출산수당 이후엔 아동수당도 있다. 둘째 아이 출산 때 별도로 주었던 일시금 정책은 원래 2018년까지만 하기로 했는데 2021년까지 연장했다. 지원금도 45만3,026루블(90만원)로 이들의 임금대비 높게 책정됐다. 이외에도 육아시설을 늘리기 위해 예산 규모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나는 이런 당근 정책에도 젊은이들은 시큰둥하다고 했다. 아이를 낳아 얻는 행복과 즐거움 보다 아이없이 살며 더 큰 행복과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와 사회경제적으로 자신들의 앞날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고 생각하는 러시아 청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한국 청년들의 상황이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티나는 또 최근 중국 자본이 러시아로 많이 들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것 같지는 않다고도 했다.
노령인구 늘지만 연금 줄 돈 모자란 푸틴...개혁 시도했지만
2018년 6월 국민들의 이목이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으로 쏠리는 틈을 타 푸틴은 연금개혁안을 상정했다. 2010년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1,800만 명 남짓이었으나, 8년 만에 2,000만 명이 넘어 인구의 14%가 노인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남성의 평균 수명은 여성의 평균 수명보다 10년이나 짧다. 러시아 남성이 여성에 비해 빨리 사망하는 이유는 알코올 중독, 흡연, 결핵, 비만 등 만성질환 때문으로 알려져 있고, 사회주의시기에 구축해놓은 무상의료는 시민들이 손 사레를 칠 정도로 의료의 질이 악화되어 있다.
77세의 평균 수명을 가진 여성들의 은퇴 연령은 55세이며, 평균 수명 67세인 남성들의 은퇴 연령은 60세다. 산술적으로는 여성들은 평균 22년 동안, 남성들은 평균 7년 동안 연금을 받는 셈이다.
문제는 과거보다 세금을 꼬박꼬박 낼 노동 인구는 줄어들고 그 만큼 정부는 거둬들이는 세금이 줄고 있다. 때문에 연금을 받아야 하는 노령 인구는 늘고 젊은 세대가 이들의 노후를 위해 부담해야 할 짐은 더 무거워지고 있다.
당시 푸틴이 내세운 개혁안은 여성 은퇴 연령을 2034년까지 55세에서 63세로 늦추는 것이며, 남성 은퇴 연령은 2028년까지 60세에서 65세로 늦추는 것이 핵심이었다. 문제는 평균 수명이 짧은 남성들의 경우 쉬지도 못하고, 연금도 별로 받는 등. 평생 일만하다 죽으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결국 월드컵이 끝난 뒤 여론의 거센 반발이 있었고, 남성의 은퇴 연령을 65세에서 63세로 조정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지만, 러시아의 경제 상황과 전망은 시베리아 벌판에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 오는 듯 했다.
"한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공동 정부 만들자?"
아, 마지막으로 하나 더. 동토의 땅 시베리아 벌판에 한국과 러시아의 공생국가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블라디미르 수린 박사인데, 이런 연구를 2005년부터 시작하여 연구 성과를 2008년 서울에서 발표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앞서 언급한 중국의 러시아 진출 흐름을 자신들의 필요에 의한 점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러시아에 들어 와 중국을 견제해주길 바라지만, 어쩐지 한국은 미국과 관계를 더 신경 쓰는 눈치라고.
모스크바 당국의 시선도 그렇지만, 수린 박사는 아예 러시아 동부의 빈 영토와 자원을 제공하고, 한국의 인구와 기술력,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양국의 비전을 위한 공동 정부를 추진하자는 구상인 것이다.
러시아 내에서 수린 박사의 주장이 어느 정도 무게감을 가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인 것은 틀림없었다.
지구를 돌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 번영하자는 이야기, 누구 욕하는 이야기, 누굴 사랑하는 이야기.
평생을 살아가면서 희노애락이 있고, 생로병사가 있다. 지구의 중심은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 수만큼, 아니 생명체의 수만큼 많다. 같지만 다른 이야기들, 생략될 수 없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달리고 있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추억하며.
*루블화의 표기는 2018년과 2019년 방문 시점을 기준으로 했고, 현재 루블화의 가치는 더욱 하락했기 때문에 글 속에 표기 된 화폐 가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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