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에서 특별공판팀 설치되며 기소 방침 굳혀
윤 총장, 기소 결론 미루려 수사팀 유임 원했으나
법무부, 수사팀장 교체ㆍ공판팀 신설 밀어붙여
“어차피 기소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다만 장고(長考)를 하던 검찰이 하필 지금, 이 사건을 처리한 데에는 (법무ㆍ검찰 수뇌부 간의) 미묘한 역학 관계가 작용했을 수 있다.”
1일 검찰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자 한 법조인은 이런 평가를 내놓았다. 지난달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차장ㆍ부장검사) 인사,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파워 게임’ 등이 이 부회장 기소 시점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발표되기 전 윤 총장은 법무부에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유임 △서울중앙지검 내 삼성 사건을 맡을 ‘특별공판2팀’ 신설 반대 등 의견을 냈다. 삼성 수사팀이 최종 결론을 내리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존 수사팀을 유지해야 하며, 공소유지 전담팀을 새로 꾸리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윤 총장으로선 보다 더 면밀한 검토를 거친 뒤 삼성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셈이다.
하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장검사는 대전지검으로 전보됐고, 특별공판2팀장에는 파견 형태로 수사팀에 계속 참여했던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이 발령받았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지 않을 바에는 굳이 특별공판팀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당시 인사로 인해 ‘인사 시행일(3일) 이전 이 부회장 기소’는 기정사실이 됐다. 일각에서 “추 장관의 인사가 이 부회장 기소 시점을 정하는 데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평소 범죄를 단죄하는 데 적극적인 ‘강성 검사’로 알려진 윤 총장이 이 사건에서만 유독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자신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중단ㆍ불기소’를 권고한 상황과 맞물려 있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윤 총장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면,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 온 이성윤 지검장 역시 수사심의위 권고를 어기고 ‘한 검사장 기소’ 카드를 꺼내도 할말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이 부회장 불기소’ 지시를 내리면, 이번 수사의 정당성 자체를 부인하는 모양새가 된다. 윤 총장의 딜레마는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 사건은 처음부터 윤 총장이 컨트롤했던 사건이다. 애초부터 추 장관과 이성윤 지검장은 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는 시각이 많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진두지휘했고, 이복현 부장검사 또한 그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현재 수사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도록 한 건 결국 추 장관과 이 지검장이 윤 총장에게 그 책임을 넘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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