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전거 타던 흑인 교통법 위반 적발 후 충돌
떨어뜨린 옷가지 속 권총 발견하자 수십발 난사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서 흑인 남성이 또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이 경찰의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지 9일만이어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방송 등은 1일(현지시간) LA카운티 웨스트몬트에서 전날 흑인 남성 디잔 키지(29)가 LA카운티 보안관실 소속 경찰관 2명의 총격을 받아 현장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보안관실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자전거를 타고 가던 키지를 교통법규 위반으로 붙잡았다. 키지는 자전거를 놓고 도망가려다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 1명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도망가던 키지가 들고 있던 옷가지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그 속에 있던 반자동 권총 1정이 발견됐고 이를 본 경찰들이 바로 키지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보안관실은 키지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키지가 어떤 교통법규 위반으로 경찰에 붙잡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관 2명 모두 총을 발사했으나 몇 발을 쏘았는지도 조사 중에 있다.
키지 가족을 대변하는 활동가 나지 알리는 CNN에 "총을 소지하고 있는 것과 실제로 총을 사용한 건 다르다"면서 "키지는 총기를 경찰에게 겨누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떨어뜨린 권총을 줍지 않고 달아나는 키지의 등 뒤에서 경찰이 20발 이상을 난사했다고 키지 가족은 주장하고 있다. 인근 지역구의 캐런 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키지를 막아서야 할 정도의 자전거 교통법규 위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3일 발생한 커노샤 사건과 함께 반(反)인종차별 시위 재격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NBC방송에 따르면 키지 사망 현장에선 사건 직후 100여명이 모여 가해 경찰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커노샤 사건 현장을 찾아 과격시위를 규탄하며 "그야말로 국내 테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위대의 방화 등으로 피해를 입은 가게 주인에게 복구 지원을 약속하는 등 시위의 폭력ㆍ불법성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을 뿐 경찰의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그의 가족을 만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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